신협중앙회 사옥 전경 (사진=신협중앙회 제공)
"갑자기 모 기자가 전화를 했어요. 시장에서 들었는데 신협이 우리에게 맡긴 펀드를 다른 곳으로 넘기기로 했다고요. 우리에게는 비밀로 하고 다른 곳에 주기로, 새로 온 부장이 온 지 일주일 만에 결재 했다고 하더라고요.신협에 이유를 물으니, 자신들이 예뻐하던 매니저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기 때문에 옮길 거라고요. 저희가 절대 을(乙)이라고는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협중앙회는 지난 4월, A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영하던 부동산 펀드를 돌연 B자산운용사에 이관하겠다고 통보하고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 이관 결정 과정에서 법률 자문, 내부 위원회 개최 등 기본적인 내부 절차가 없는 등 내부 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협은 펀드를 이관한 이유로 자신들의 펀드를 관리한 펀드 매니저 1인의 퇴사와 배당 사고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신협은 펀드 매니저의 퇴사 이전에 펀드 이관 결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협은 4월 11일 "B자산운용사가 펀드 이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는 운용사 선정 사유와 함께 펀드 이관의 건을 내부 결재했다. 신협이 펀드를 이관하겠다고 이유를 든 A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의 퇴사는 4월 13일이었다.
A자산운용사 측은 "퇴사한 펀드 매니저는 주 운용역도 아니고 부 운용역이었다. 거기다 이 매니저는 고작 7개월 운용했다"면서 "경험 7개월의 부 운용역이 나갔다고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펀드를 이관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료=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특히 신협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펀드 운용 인력 교체가 자금 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스스로 A자산운용사에 펀드 이관을 요청한 사유를 부정했다.
신협이 펀드 이관 이유로 든 배당 사고에 대해서도 A자산운용사 측은 추가 배당을 먼저 지급한 것이어서 자산 운용 실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협 측에 금전상의 손실이 전혀 없었으며 이후 6월과 9월 두 차례의 배당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펀드 이관을 할 때 내부 통제 장치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신협의 '금융투자 상품운용규칙'상 집합투자 계약, 해지 등은 대표이사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펀드 이관의 경우에는 내규 상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이로 인해 결정 절차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725억원(신협 투자분 464억원) 규모의 펀드를 관리할 운용사를 새롭게 선정하는 것인데다, 2015년 A자산운용사와 12년 동안 확정적으로 53억원의 수수료를 주기로 한 건인데도 새로 부임한 지 8일이 된 부장 전결로 펀드 이관이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자산운용사와의 협의, 법률 자문, 내부 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는 없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는 펀드 이관과 관련해 내규에 의사 결정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관의 펀드 이관 '갑질'이 자행된 이유는 자본시장법의 미비점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188조에는 펀드 이관이 가능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시행령 등의 하위 규정이 없어 변경 조건 및 기준, 절차, 손해배상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협중앙회, 교원공제회 등 기관 투자자의 펀드 이관 '갑질'은 자본시장의 질서를 깨뜨리는 중대한 문제"라며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펀드 이관의 합리적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협중앙회 및 교원공제회의 내부 통제와 절차적 미비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즉각 점검에 나서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협 관계자는 "우리는 펀드 관리가 만족스럽게 되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 펀드 이관을 추진한 것인데, 펀드를 맡고 있는 자산운용사 측에서 아니라고 하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규정상 투자하고 있는 기관들의 합의가 있으면 이관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