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피해자 딸)
지금부터는 조금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서울시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49세의 남성이 이혼한 부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시인했고요. 어제는 구속 영장도 발부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더 화제가 됐던 건 피해자. 그러니까 피해자의 딸이자 가해자의 딸인 셈이죠. 이혼을 한 부부니까. 그 딸 김 모씨가 제 아버지를 사형시켜달라는 국민 청원을 올리면서 도대체 이 집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가 많은 분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어제 저희가 탐정 손수호 코너에서도 전해 드렸습니다마는 알고 보니 이 아버지, 피의자 김 모씨는 오랫동안 피해자, 전 부인을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해 왔고 심신 미약을 주장하기 위해서 일부러 정신과 진료까지 받아 왔고요. 피해자 차량에다 GPS를 달고 범행 당시에는 못 알아보게 하려고 가발까지 쓰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특히 저희가 이 사건에 더 주목하는 건 이게 오랜 가정 폭력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라는 그 사실 때문입니다. 그 사연을 좀 들어보죠. 아버지의 극형을 요청하는 청원 글을 올린 세 딸 중에 한 명입니다. 오늘 직접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신원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진행을 하고요. 음성 변조하겠습니다. 나와 계세요?
◆ 익명> 네.
◇ 김현정> 참 심신이 다 지친 상황이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익명> 네.
◇ 김현정> 수요일에 어머니 발인은 치르셨어요?
◆ 익명> 네. 보내드린다고 보내드렸는데 아직 (상황이) 좀 안 받아들여지고 참담해요.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참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피의자인 아버지. 어제 영장 실질 심사받기 위해서 법원에 출석을 했고 그게 TV를 통해서 다 중계가 됐습니다. 어떠셨어요, 보시고는?
◆ 익명>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왜 그랬냐는 말을 먼저 하고 싶었어요. 저희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하면 안 됐던 일이고. CCTV 영상이라든가 범인의 지목도 제가 직접 제일 먼저 했고요.
◇ 김현정> CCTV 가발 쓴 영상을 보고서 '이거 우리 아버지입니다' 지목한 분이 지금 따님이세요?
◆ 익명> 네, 제가 지목을 했고요. 일단은 머릿속에 떠올랐던 사람도 아빠예요. CCTV를 봤을 때도 좀 머리가 수북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의아해했었는데 그게 설마 가발까지 준비를 해서 범행을 저질렀을 줄이야. 치가 떨리고.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김현정> 그래요.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는가. 그러니까 피의자 아버지는 진술을 합니다.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게 2015년 9월에 이혼을 하셨는데 그 당시 상황이 좀 기억나세요?
◆ 익명> 서로 감정이 쌓여서 이혼을 하게 된 건 아니고요. 아빠의 일방적인 폭행 때문에 엄마가 당하고 있었어요. 또 엄마뿐만이 아니고 저희에게도 폭력과 폭언을 서슴없이 하고.
◇ 김현정> 세 딸들한테까지도?
◆ 익명> 네, 제가 가장 많이 폭력과 폭언을 당했어요.
◇ 김현정> 둘째 딸이.
◆ 익명>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그래왔기 때문에. 제일 저도 기억나는 건 밧줄로 손을 묶고 맞았던 적도 있고요.
◇ 김현정> 밧줄이요?
◆ 익명>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아빠가 때릴 때 손으로 제가 막고 하니까 밧줄로 손을 묶고 때리기도 했었고요. 뭐 그냥 말보다는 손이 먼저 나가던 사람이었어요.
◇ 김현정> 그냥 수시로. 중학교 때 밧줄로 묶고서는 때릴 정도였으면... 그게 폭력이 언제부터 시작이 된 거예요?
◆ 익명> 어렸을 때부터 그냥 계속. 유치원 다닐 때도 좀 맞아왔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유치원 때도 맞은 기억이 있다는 건 그전은 기억이 안 날 뿐이지 그전부터 그냥 계속 늘 맞았다는 얘기네요?
◆ 익명> 네. 유치원 때부터 정말 피멍 들 정도로 맞은 부위가 좀 부어올라서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 김현정> 아니, 왜요? 이유는 뭐였어요? 그렇게 자식들까지, 유치원생까지 피멍이 들도록 때리는 이유는 그때마다 뭐였습니까?
◆ 익명>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든가 말대꾸를 했다든가. 저희에게 지속적으로 해 왔던 말이 있어요. 개도 맞으면 말을 듣는다. 또 짐승도 맞으면 말을 듣는다. 너희는 맞아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짐승보다 못한 XX다. 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그런 말을 해 왔었어요.
◇ 김현정> 개도 맞으면 말을 듣는데 너희는 말을 안 들으니 개만도 못하다? 딸들한테?
◆ 익명> 네, 그러니 맞아야 한다. 밥을 펐는데 밥에 콩이 좀 들어가 있다고(때리고). 정말 사소한 문제도 맞았던 기억이 많아요.
◇ 김현정> 저는... 말문이 막히네요.
◆ 익명> 일단은 분이 안 풀린다 하면 집밖에 나가서 나뭇가지를 꺾어서라도 올라와서 그 나뭇가지로 폭력을 행사하던... 그렇게 폭력성이 있던 사람이고요.
◇ 김현정> 아니, 지금 막내가 이제 고등학교 졸업했으면 그전에는 훨씬 다 어린 딸들이었다는 얘기인데 다 피멍이 들었겠네요, 그렇게 맞았으면.
◆ 익명> 네, 맞아요. 피멍이 정말 한여름에도 그렇게 맞아서 더운 날에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다녔었어요.
전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김모(48)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사진=김재완 기자)
◇ 김현정> 딸들한테 그랬을 정도면 지금 이혼한 부인 그러니까 돌아가신 어머니한테는 어떻게 했을까 저는 차마 상상이 안 되네요.
◆ 익명> 4년 전 2015년 2월달에 갑자기 아빠가 저희 가족 이모들에게 전화를 해서 좋은 구경을 시켜줄 테니, 내가 좋은 거 보여줄 테니 집으로 모여라. 가족들을 집으로 다 불렀어요. 아빠가 엄마를 데리고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엄마가 이미 폭행을 당했던 상태였어요. 눈도 못 뜰 정도로 피멍투성이었어요. 또 얼굴뿐만이 아니고 그냥 모든 곳이, 흰 색깔 바지고 입고 있었는데 그 바지가 검게 물들 정도로.
◇ 김현정> 세상에, 피로...
◆ 익명> 네, 정말 동물도 그렇게 안 다뤘을 거예요. 그렇게 일단 데리고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이 다들 놀라죠. 그런데 이제 그 앞에 데려와서 가족들 앞에서 또 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살해 위협을 했고요.
◇ 김현정> 가족들 앞에서요? 그러면 누군가가 바로 신고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 익명> 일단은 지금까지 그런 생활을 하고 또 이혼 후에도 어머니가 단 한 번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없어요.
◇ 김현정> 아니... 저는 그 부분이 사실은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지금 들으면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의 학대가 계속되는데 단 한 번도 신고가 안 갔던 게 이게 왜 그렇습니까?
◆ 익명> 신고하고 싶었던 마음은 굴뚝 같았을 거예요. 그런데 훈방조치가 되거나 하면 보복을 하지 않을까. 또 아빠도 약간 그런 법의 심판에 대해서 전혀 겁을 먹거나 법의 제재를 좀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저희에게도 그랬고 저희 이모들한테도 그랬고. 자기는 죽이고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라는 말을 누누이 입버릇처럼 해 왔었고요.
◇ 김현정> 죽이고 6개월만 살면 된다. 이 얘기는 나는 계속 정신과 치료를 지금 받고 있으니까 심신 미약으로 감형될 거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런 뜻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셨더라고요.
◆ 익명> 네, 맞아요. 정말 치밀한 사람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잖아요, 많이. 제가 봤을 때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건 아빠가 아니고 피해자인 엄마였어요. 왜냐하면 이혼 후 4년 동안 거처를 6군데를 옮겨다니면서 불안에 떨다가 가셨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 정도만 전해 들어도 도대체 그동안의 폭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였을지 감이 잡히는데 참다 참다 정말 심했던 어떤 날 신고를 했는데 법원에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 적도 있기는 있더라고요?
◆ 익명> (피의자가) 정말 그거에 대해서 아예 신경을 전혀 하나도 쓰지 않고 있었어요. 그거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고요. 단 한 번이라도 신경 쓰지 않았었어요.
◇ 김현정> 아무 소용 없는 그 접근 금지 명령 이런 건 그냥 종이쪽지였군요.
◆ 익명> 그렇죠.
◇ 김현정> 지금 아버지가 치밀했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 주변에서... 경제 활동도 했을 거 아니에요. 직장도 다녔을 거 아니에요?
◆ 익명> 집과 밖에서는 180도 달랐어요. 밖에서는 자기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자기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어요?
◆ 익명> 네.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가정에 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밖에 아빠의 지인들을 만날 때 엄마를 꼭 데리고 다녔고요. 데리고 나가서 엄마한테 음식을 먹여준다거나 남들 보는 앞에서 일부러 더 그런 모습을 보여왔고요.
◇ 김현정> 음식을 먹여줘요, 남들 보는 앞에서? 나 이렇게 자상한 남편이라고, 사랑스러운 남편이라고?
◆ 익명> 그런 걸 보여주는 걸 좋아했어요.
◇ 김현정> 아니, 딸들이 보면 정말 더 기가 막혔겠네요.
◆ 익명> 네.
◇ 김현정> 우리가 지금 이 사건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번 끔찍한 살인 사건의 발단이 가정 폭력이라는 사실입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아니냐. 자기들이 알아서 할 집안일 아니냐. 남의 가정사에 우리가 왜? 가정 폭력 역시 엄연한, 어쩌면 더 심각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사회가 인식해야 하는데 경찰도 인식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 익명> 지금 아빠가 구속된 상태잖아요. 그런데도 저는 지금 좀 많이 두려워요. 집 밖에 나갈 때 문을 열 때도 많이 두려워요. 문 앞에 누가 서 있을까 봐. 그리고 밖에 돌아다닐 때도 두렵고 지나가는 사람 얼굴을 먼저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아버지가 구속이 돼 있는 걸 아는데도 아는데도 두려울 정도예요?
◆ 익명> 그런데 저도 지금 현재 이런데 엄마는 그동안 얼마나 무섭고 두려우셨을까. 엄마가 다니실 때 정말 피해자가 범죄자마냥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주변 눈치를 보면서 다니셨어요. 그것도 이혼 후에 4년 내내 정말 걸어다닐 때도 뒤에 누가 따라오지 않나. 조금이라도 아빠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면 화들짝 놀랐고요. 차를 타고 가면서도 뒤에 차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정말 한시도 편한 적이 없었어요. 불안감을 항상 느끼고 있었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따님, 지금 올리신 청원 글이 많은 분들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공감,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힘내시고요. 이번 기회에 우리가 가정 폭력에 대해서, 가정 폭력 피해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 익명>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강서구 주차장 살인 사건. 등촌동 전처 살인 사건. 지금 이렇게 언급이 되고 있는 그 사건의 딸. 청원 글을 올린 둘째 딸을 직접 연결해 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