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범이 기정 사실화된 우리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졌다. 당국은 은행장의 회장 겸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일부 사외이사들이 경영간섭이라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확정돼야 하는 지배구조 문제가 우리은행의 최대 현안이 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르면 다음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회장의 선임 관련 사안을 논의한다. 당초 이날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사안은 안건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과열된 회장 선임 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에게 지주 회장을 겸임시킬 것이냐, 회장을 새로 뽑을 것이냐를 두고 불거진 논란은 정부와 우리은행, 사외이사 등 사이에 이해가 얽힌 데서 비롯됐다. 정부와 은행 측은 행장·회장 겸직을 지지하나, 반론이 불거진 양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18.4%의 지분을 가진 정부가 국민 재산인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우리은행 지배구조 문제에 의견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면서 "정부가 누구를 행장이나 회장을 시키려고 작용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에는 "은행 비중이 90%를 넘어 처음부터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누구에게 한 자리 주기 위해 회장직을 분리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
우리은행 노조도 지난 8월 '무급으로 회장 직책을 겸임해달라'고 손 행장에게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낙하산 회장의 등장을 우려한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국민은행장과 KB지주 회장간 갈등으로 2014년 KB사태가 빚어져 KB 주가가 폭락한 전례가 있다"며 "사실상 우리은행이 그대로 지주사가 되는 형편인 만큼 새로 회장을 뽑을 절실성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이 경영 개입 의지로 해석되면서 관치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자율경영 보장' 약속을 저버렸다며 우리은행 일부 사외이사 등이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2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정부 지분을 인수한 과점주주들에게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임종룡 전 위원장의 약속을 받은 과점주주 업체들이 파견한 인사들이다.
아울러 은행 외에 신용카드·보험 등 다른 업종의 확장을 위한 전담자가 필요하고, KB·신한·하나지주도 은행 비중이 크지만 행장·회장을 겸직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반론으로 제시된다.
이런 가운데 자천타천으로 '차기 회장'에 거론된 당사자 일부는 정부의 행장·회장 겸직 방침에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관료 출신인사와 금융권 인사 등 10여명이 지주사 회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지주사 지배구조 문제는 늦어도 다음달 23일 이전 결정돼야 한다. 12월28일 열릴 예정인 우리은행 주주총회에서 지주 전환의 승인이 필요한데, 주총 소집공고 기한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시한이 나온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당국의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인가 여부는 다음달 7일 나온다. 최 위원장이 지배구조 관련 언급을 내놓을 정도인 만큼,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