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올해 지진과 태풍 등이 인도네시아와 일본, 사이판까지 강타하면서 해외 여행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여행 관련 업체들이 사전에 여행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할 뿐 아니라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예약 취소 등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여행·항공업계에 따르면 사이판 관광객들은 여행사가 태풍에 앞서 여행을 취소하도록 조언하지 않았으며 항공사는 태풍 소식에도 정상 운항해 비행기를 탔다가 발이 묶였다고 분통을 토로했다.
A 여행객은 "태풍 발생으로 운항이 중단되기 전 마지막 비행기를 탔다"며 "이후 여행사 측에서 관광객에게 연락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했고 21일 새벽 도착 후 영사관에선 태풍이 온다는 문자 한 통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23일 사이판에 도착해 투어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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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는 올해 태풍과 지진 등 천재지변을 당한 곳마다 반복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은 당시 여행사 측이 오사카 지역에 태풍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대로 여행을 강행했다가 13시간이나 관광버스에서 갇혔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B 여행객은 "인도네시아에서 지진이 발생해 항공편 변경이나 환불 등을 위해 항공사에 수십통 전화를 걸었으나 아예 먹통이었다"며 "외국계, 국적기 모두 나 몰라식 대응을 한다"고 지적했다.
태풍과 지진이 발생한 지역 여행상품을 예약한 예비 여행객들의 불만도 크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은 다음 달 25일까지 사이판 결항확인서를 다 못 줘도 일단 항공권을 취소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아직 다음 달 항공편에 대해 어떻게 할지를 공지하지 않은 상태여서 여행객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이판 현지 호텔들은 다음 달 예약 건에 대해 결항확인서가 없으면 취소를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예비 여행객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B씨는 일본 여행상품을 예약했다가 지진이 난 소식을 접하고 사업자에 해지를 요청했으나 계약금액의 15%를 위약금으로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올해 8월 초 강진이 난 인도네시아 롬복과 발리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당시 인도네시아 롬복섬에서 7.0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여진이 수백 차례 발생하고 인근 발리섬도 지진 피해를 봤다.
한 여행객은 지진이 난 직후 롬복 여행상품 해지를 여행사에 요청했으나, 천재지변이지만 항공기 이륙에 문제가 없어 위약금 30%를 내야 해지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항공사의 별도 지침이 없으면 항공권 취소 시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현지 숙소 환불도 비슷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와 숙박업체들은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계약금 환급 등에서 업체마다 적용이 다르고 위험도 판단이 모호하다며 환불해주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여행업체와 항공사들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예기치 않은 상황이어도 외교당국이나 공항, 항공사 등의 공식적인 판단이나 결정이 없으면 전액 환불이나 일부 보상이 쉽지 않다고 통보한다.
특히 현지 호텔 중에선 지진이나 태풍 발생 후 환불 요청에 계약금을 아예 돌려주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소비자원 측은 천재지변에도 계약금 환급 등 분쟁 과정에서 정부 지침 등이 없으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며 "상품을 구매할 때 각 업체의 운영 규정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국외여행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보면 소비자가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유로 취소하면 계약금을 환급해주게 돼 있다. 기후변화와 천재지변으로 숙박 당일 계약을 취소할 때 항공기 등 이동수단이나 숙박 이용이 불가능하면 계약금을 돌려주게 돼 있다.
다만, 기후변화 또는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한 건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화산주의보 또는 경보(지진 포함)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