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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건 대표, 北최선희 아닌 이도훈 다시 만나는 이유는?

국방/외교

    美 비건 대표, 北최선희 아닌 이도훈 다시 만나는 이유는?

    비건 대북 특별 대표, 8월 말 취임 뒤 4번째 방한
    일주일 전 얼굴 맞댄 이도훈 본부장 다시 회동
    큰 변화 없는 한반도 정세…북미, 판문점 비밀접촉 시도하나?
    한미 공조 균열 우려 불식하는 계기될 듯
    대북제재 완화 논의 예상, 韓 촉진자 역할할까

    미국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뉴스1)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8일 서울을 찾았다. 지난 8월 취임 뒤 벌써 4번째다. 특히 한국 파트너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그와 대화한 지 일주일도 안돼 이뤄진 방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가 만나야 할 북한의 '카운터 파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은 감감 무소식이다. 왜 일까?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북미관계가 잘 풀리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인가, 아니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한미간에 이견이 있다는 징표일까?

    ◇최선희 만나야 할 비건, 또 이도훈과 면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한국 측 카운터 파트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카운터 파트는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다. 비건 대표는 한국시간으로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2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도훈 본부장을 각각 회동한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당시 외교부는 북미 후속협상을 앞두고 개최되는 한미간 협의로 향후 비핵화-평화체제 추진 전략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지난 23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주로 2차 북미정상회담과 북미간 후속협상,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지와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어떻게 규합할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남북 또는 북미관계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인데 비건 대표의 방한으로 일주일 만에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됐다.

    ◇북미, 판문점 비밀 접촉 시도되나?
    때문에 이번 방한 기간 동안 한미간 비핵화-평화체제에 대한 전략 협의 외에도 비건 대표가 이끄는 실무진들이 판문점에서 북측과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중 예정된 북한과의 접촉은 없다는 입장이고, 정부 당국자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판문점 비밀접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세종연구소 우정엽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협상의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물리적으로 한국을 찾는 이유가 납득이 안된다"며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의 빈 실무회담이나 고위급회담 제안에 대한 답을 계속 미루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구체적 협상 이전에 일단 만나보자는 식으로 조율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도 "미국 측에서 예정에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지만, 소리 소문 없이 판문점을 통해 접촉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 내 여전한 회의적 시선이나 저자세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심스러운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북미 모두 만남을 공식화할 정도로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접촉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미공조 굳건함 강조할 듯…제재 예외 인정도 언급될까?
    또 이번 비건 대표 방한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대북제재 완화 문제가 꼽힌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종전선언 외에 새롭게 제재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입장은 한치도 변한 것이 없어 북미간 협상은 또다시 교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이 최근 고위급회담을 열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개최하기로 했고, 양묘장 현대화에도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비핵화 전제 대북제재 완화'를 공식화하자 방점이 제재 완화에 찍혀 한미간 균열을 우려하는 관측도 제기됐다.

    따라서, 이번 방한은 한미 공조 균열 우려를 불식하고, 굳건함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최근 한미간 협의가 외부에 비춰질 땐 마치 불협화음처럼 들리는데, 이는 비핵화에 좋지 않은 신호"라며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불협화음이 들리는 한미공조를 다지는 성격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북한은 산림협력 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에 소극적인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때문에 합의됐던 남북협력사업이나 예술단 공연 등이 모두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따라서 촉진자로서의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고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거나 제재의 예외 범위를 논의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정훈 교수는 "북미가 서로에게 직접 요구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촉진자가 대신 이야기를 전달하고 절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기싸움이 치열한 현재, 북미 사이 서로 원하는 부분과 그 상응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율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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