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수년간 미뤄진 근로정신대 피해 소송도 승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5년 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된지 13년 8개월만이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해자 이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해 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과 쟁점이 비슷한 근로정신대 재판도 배상 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양금덕(90)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올라와있다.
앞서 양 할머니 등 5명은 미쓰비시중공업이 1944년 여자근로정신대에 강제동원해 군수공장 등에서 노동력을 수탈했다며 지난 2012년 10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지난 2013년 11월과 2015년 6월에 모두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사망자에게는 1억 7000만원을,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는 1억~1억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양 할머니 등은 1993년부터 10년 동안 일본에서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끝내 패소했다. 현재는 한국 법원의 판단이 남은 상황이다.
한편 해당 사건은 2015년 7월 대법원에 접수된 지 3년 넘게 계류돼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당 재판을 둘러싸고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심리를 끌다 뒤늦게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 외에도 현재 전국의 각급 법원에는 13건의 강제징용 소송이 심리 중에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11월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전범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후지코시가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같은해 8월에는 미쓰비시 중공업으로 하여금 강제동원 피해자 14명에게 1인당 9천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두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 2심에 올라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