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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내 인생은 끝났다"



광주

    "1980년,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내 인생은 끝났다"

    5·18 성폭력 피해자들 대다수 트라우마 심각
    철저한 진상규명… 피해자 치료와 재활 병행을

    5.18 당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는 계엄군.(사진=5.18기념재단 제공)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어요.", "가족에게도,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어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교생 실습을 나갔던 여대생 김선옥씨.

    김 씨는 그해 7월 학교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옛 광주 상무대 영창으로 연행됐다.

    폭행과 고문 등의 고초를 겪어온 그녀는 조사가 끝날 무렵 한 수사관에 의해 인근 여관으로 끌려갔다.

    그녀는 그 곳에서 성폭행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김 씨는 "공포 때문에 아무 것도 내 의지로 할 수 없었고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산다"면서 "죽을 때까지 그 속에 갇혀, 그 세월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시계는 그날로 멈춰버렸다.

    김 씨는 아직도 길거리에서 군인들과 마주치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자리를 피한다고 한다.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지난 5개월 동안의 활동을 종료하고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피해내용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조사단의 피해사례 확인 결과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모두 17건으로 나타났다.

    성폭행은 민주화운동 초반인 19일부터 21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은 민주화 운동 초반에는 금남로 등 광주 도심에서, 중후반에는 광주교도소와 상무대 등 광주 외곽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자 대다수가 김 씨처럼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 기억 속에 갇혀 제대로 치유 받지 못한 채 당시의 트라우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조사단의 조사에서 한 피해자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혀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에게도,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 "육체적 고통보다 성폭행 당한 정신적인 상처가 더 크다"고 38년 동안 숨겨온 사실을 털어놓은 이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다"며 그동안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온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을 국가 차원에서 조사·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들은 하루 빨리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구성돼 계엄군의 만행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5월 단체들은 무엇보다 아직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 여성들에 대한 치유와 회복 프로그램 등의 후속 조치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랐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그동안 피해 여성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며 피해 사실을 감춰왔었다"며 "정부가 조사에 나서 이들의 피해 사실을 밝혀낸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조 상임이사는 "피해자들은 5.18이 발생한지 3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며 "반드시 계엄군의 만행이 밝혀져야 하고 동시에 피해자들의 심리 치료와 재활이 병행해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5·18기념재단 등은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등의 실무진 가운데 일부를 5.18의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조만간 출범할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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