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장관, 조명균 통일장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까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비건 특별대표가 어제 정의용 실장을 면담하기 전에 윤건영 실장을 면담했다"며 "미국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실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 전에 대표단으로 방북해 북측과 소통 경험이 있고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도 배석했던 사람"이라며 "청와대 직책상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곳이 국정상황실이다보니 비건 대표 입장에서 만나야 할 청와대 실무책임자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건영 청와대 상황실장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지난 2012년 문 대통령의 정계 입문 때부터 보좌 업무를 맡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모든 국내외 정보가 모이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임명됐고,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된 직후인 3월에 정의용 안보실장과 함께 방북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관계가 요동칠 때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도 수행했으며, 지난달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실무준비도 수행했다.
9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비건 대표가 임종석 비서실장에 이어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남북관계 실무준비까지 깊숙히 관여한 윤 실장을 면담한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와 비핵화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은 물론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근간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건 대표는 묵직한 자료집을 하나하나 다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 방한 중 청와대 사람들도 주로 만났다는데 여러사람을 만나서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듣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과거의 예를 보면 (미국 인사가) 이야기 듣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 매우 긍정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