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한미 외교당국이 다음달 워킹그룹을 출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대북제재, 남북협력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워킹그룹은 한미 협의를 체계화하고 공식화하는 의미"라며 "원활하고 빈번한 소통을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킹그룹은 우리 측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팀장을 맡고, 미국 측은 카운터 파트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팀장을 맡게 된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 관료들이 중심이 돼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필요에 따라 통일부 등 관계부처의 관료들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워킹 그룹의 주요 의제는 이날 미국 국무부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이 밝힌 것처럼 "비핵화 노력과 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이 된다.
또 한미가 비핵화 문제를 두고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워킹그룹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당국자와의 질의응답 방식으로 정리한 내용.
▷ 워킹그룹, 앞서나가는 남북관계 견제용인가?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워킹그룹 구성에 대해 미국이 너무 앞서나가는 남북관계와 각종 경제협력 조치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31일 "워킹그룹은 우리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달 전부터 한미 사이에는 한반도 비핵화의 본격적인 과정이 시작된 뒤에도 일정한 협의체가 없으면 서로의 입장을 전하기 어려워지고,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워킹그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게 아니라 우리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대북공조를 더 굳건히 하기 위한 목적에서 공식적인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진전이 1인치의 오차도 없이 간다는 것은 힘들다"라며 "특정 범위 안에서 차이를 신뢰와 소통으로 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워킹 그룹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워킹그룹, 대북제재 강화에 방점이 찍혔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미국 정부가 최근 제재의 고삐를 당기고 있고, 갑작스레 워킹그룹 구성을 발표하며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을 강조함에 따라 워킹그룹의 방점이 대북제재에 찍혀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남북 사업은 모두 투명하게 다 드러나 있다"며 "이미 대북제재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제재의 틀을 준수하면서 남북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북 제재 문제는 분명 워킹그룹에서 다룰 주요 의제 중 하나지만, 꼭 여기에만 방점이 찍힌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비핵화 노력과 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 등의 의제에 경중은 없으며, 시기마다 적절한 의제를 중점 논의하고, 새로운 의제도 탄생할 수있는 신축적인 체계라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오히려, 공식적 협의체가 구성됨에 따라 우리 정부가 보기에는 제재에 해당하지 않거나 면제 필요성이 있는 부분을 미국과 소통하면서 조율하고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워킹그룹에서 무슨 역할을 하나워킹그룹은 기본적으로 탑다운(top-down) 방식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까지 협상 국면은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세 정상의 의지에 기반한 합의를 토대로 실무자들이 세부적인 조율을 하는 방식에 기반해 왔다.
정상들의 합의에 살을 붙이고, 모양을 잡아나가는 역할이 이 워킹그룹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를 공식 체계 속에 집어 넣은 것으로 우리 정부는 한미공조를 기반으로 한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면서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예시로 "본격적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아직 시작 전이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조치가 이뤄져아 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우리도 북한에게 제공하는 상응조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상응조치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길어진 교착 북미 후속대화는 언제쯤 시작되나
외교부 당국자는 "북미 후속 협상과 관련해 양측의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방향을 잡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발표할 만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비건 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이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실무회담의 개최 시점에 대해서도 북미가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이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을 수는 없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대해서는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협상의 길은 뻔하다. 비핵화의 길로 가기 위해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간다는 틀은 합의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