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오후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 권한대행이 10만9996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4.3 기념사업회 제공)
제주4.3사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이 미국 대사관에 전달됐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10월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대사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 권한대행 등은 제주4·3에 대한 미국과 국제연합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10만9996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전달했다.
제주 4·3유족회 행불인협의회 호남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춘보 유족은 "1살 때 가족을 잃고 오랫동안 어떻게 된 일이진도 모르고 살았다"며 "뒤늦게야 4·3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4·3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번에 서명운동에 힘을 쏟았다"며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또 강서학생자치연합 회장인 마곡중학교 서지혜 학생은 "4·3의 진실을 공부하고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어서 같이 4·3을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며 "우리나라가 평화와 인권을 더 존중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서지역 13개 중학생들은 4·3을 같이 공부하고, 4·3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와 함께 서명을 받은 후 손글씨를 써서 유족회에 전달했다.
제주4·3에 대한 미국과 국제연합의 책임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은 온라인에서 받은 5천여 명의 서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각종 행사와 거리 서명, 4·3평화기념관 방문객 서명, 단체별 서명 등 오프라인에서 일일이 받았다.
1년 만인 2018년 10월 25일 현재 10만9996명으로 10만인 서명 목표를 넘겨 이날 전달식과 함께 미국대사관에 전달하게 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4·3에 대한 미국 책임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한 것은 4·3에 대한 미국 책임이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에게 보내는 성명서에서 이들 단체들은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책임은 친일파 재등용과 국내 정치세력의 폭력적 재편, 단독정부 수립 강행 등 미국의 점령체제와 점령정책 자체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1947년 3.1절 집회에서 미군정 경찰의 발포로 인한 인명살상 ▲이에 항의하는 제주도민에 대한 무차별 연행 등 대탄압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 발발 이후 평화적 해결의 길을 거부하고 무력충돌의 격화와 대규모 희생을 낳을 수밖에 없는 강경진압정책 선택 ▲5.10 단독선거에서 제주도 2개 선거구 선거 무산 이후 제주지구 사령관으로 파견된 브라운 대령의 강경진압 작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갖고 있던 미 군사고문단이 1948년 가을 이후의 무차별 대량학살을 제어하기는커녕 초토화 작전에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학살을 부추긴 사실 등 5가지를 제주4·3에 대해 미국이 법률적,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1일 제주 4.3희생자 유족회 양성주 사무처장은 "미국책임 규명 10만 서명 활동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덕분에 10만9996명이 서명한 용지를 미국대사관에 전달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제주4.3에 대한 미국책임 규명활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