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볼 수 있는 이른바 IP카메라 수천대를 해킹해 장기간 여성들의 사생활을 엿보고 녹화하던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아울러 보안이 취약한 기기를 중심으로 지난 4년 동안 모두 5천대에 가까운 IP카메라가 뚫린 사실이 확인돼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팀은 정통망법·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프리랜서 웹 프로그래머 황모(45)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황씨는 2014년 6월부터 최근까지 국내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해킹한 1만5천명의 회원정보를 이용해 타인의 IP카메라 264대에 무단으로 접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황씨는 주로 혼자 살며 외출 시 IP카메라로 반려동물을 지켜보려던 여성들의 신체와 민감한 사생활을 엿보고 녹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를 좌우 상하로 움직이는 '각도 조절'이나 영상을 확대하는 '줌' 기능까지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카메라는 따로 북마크로 등록해 지속적으로 지켜봤고 특정 여성의 경우 4년에 걸쳐 피해를 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4년 전 자신의 IP카메라에 다른 사람이 접속한 기록을 보고 사이트 보안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때부터 개별적으로 개인정보를 빼내다 지난 9월 사이트를 통째로 해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황씨가 범죄사실을 시인하고 있고 증거가 모두 확보됐다"며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만 황씨의 범행동기를 관음증으로 보고 있으며 녹화한 영상을 웹하드 등을 통해 유통하거나 돈을 받고 거래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IP카메라를 중개하던 해당 반려동물 커뮤니티 사이트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하고 추가 피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팀 정석화 경정 (사진=김광일 기자)
해당 커뮤니티를 통한 IP카메라 접속은 현재 PC로는 불가하고, 그나마 보안이 안정된 스마트폰으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울러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타인의 IP카메라에 접속한 이모(33)씨 등 남성 9명을 별도로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경우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로 초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IP카메라 이용자들을 노린 것으로 나타났다.
황씨까지 포함하면 이들은 모두 4900여대의 IP카메라에 3만9천여 차례에 걸쳐 접속해 2만7천여개의 동영상 파일을 보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저장된 영상은 모두 1.4TB(테라바이트)로 영화 700~800편에 해당하는 용량이며 경찰은 해당 영상을 모두 폐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IP카메라에 초기 자동설정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바꿔주는 것이 좋고 보안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며 "또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거나 카메라 렌즈를 가리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