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한국 경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신라호텔에서 '우리 경제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하향세라고 예측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투트랙'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대까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이 미흡한 데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장기 하향세를 반전시킬 물꼬로 '4차 산업혁명'을 꼽으며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애자일(agile·날렵하다) 조직으로 전환하고,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와 민관 협력 모델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해법으로 성장·분배정책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명확한 투트랙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배 개선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분배정책을 통해 성장을 달성하려는 경우 양자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정책을 혼용하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성장정책과 분배정책을 명확히 구분해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현행 최저임금 결정의 구조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기업의 안정적 경영과 투자를 위해서는 미래 수입 및 비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전체근로자 임금인상률(3.8%)의 4배를 넘는 등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법에 명기된 4가지 기준은 노사협의 시 고려사항일 뿐 지표산출과 반영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써 지표 항목을 재정립하고 지표별 산식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과 신흥국 금융 불안, 내수 침체와 정책적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의 경영시계가 흐릿하다"며 '예측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긴 호흡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기업들도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경제 현상들이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경기 사이클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인지 구별하는 중장기 추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책 대응에 대해서는 "정책의 단기적인 결과도 있겠지만 우리가 만들어 온 정책의 결과가 중장기 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중장기 예측이 가능할 때 지금 내려야 할 선택에 대해서도 좀 더 분명한 판단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