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전격적으로 세습을 단행하면서 교계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명성교회는 여전히 김하나 목사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1년간 계속되고 있는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보면서, 한국교회가 함께 되짚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세습, 여러 병폐 가운데 하나가 표출된 것일 뿐"
명성교회는 목회 세습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고질적 병폐를 드러냈다. 세습은 이 같은 문제들이 표면화된 현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명성교회 교인들조차 명성교회의 문제가 세습만은 아니라고 꼬집고 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이기정 집사는 지난 달 30일 서울동남노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불투명한 재정, 맹신적인 성향의 교인들, 과도한 교회활동, 목사에 대한 과잉 충성, 우상화에 가까운 행태들까지 이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이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기정 집사는 "세습사태의 해결이 이런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습 밑에 자리잡은 번영신학.. 공교회성 훼손"지난 1년간 명성교회 세습사태를 지켜봐온 세습반대운동연대 방인성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 아래에는 번영신학이 자리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물질적 복을 추구하는 왜곡된 신학과 신앙으로 교회의 공공성이 훼손됐다는 거다.
방인성 목사는 세습사태를 통해 한국교회가 교회의 공공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주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는 우리의 신앙고백은 이웃교회도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협의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교회 일에 왜 간섭이냐’던 명성교회의 개교회주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800억 원에 이르는 부의 축적과 50여개 1천600억 원대 부동산 소유는 교회의 공공성을 해치는 것이라면서, 교회를 넘어 이웃사회에 얼마나 유익을 끼치는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를 많이 갖게 되고 땅을 많이 갖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일례로, 내가 땅을 많이 사면 반대로 땅을 뺏기는 사람이 있어요. 땅은 한정돼 있는 거거든요.”
"헌금 축적? 쓸 일 있으면 하나님 주실 것"
교회 헌금을 모아두는 것은 어떨까. 명성교회의 주장대로 800억 원이 20년간의 이월 헌금이라면 교회는 매년 2-30억 원을 사용하지 않고 따로 모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수서교회 황명환 목사는 교회 재정은 쓰는 만큼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경제는 집행계획을 세워 세금을 거두고 가정 경제는 들어오는 수입을 아껴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이지만 하나님 나라 경제는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 가운데에서 쓸 일이 있으면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들어오는 것의 일부를 쓰고 모아두는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방인성 목사는 교회 재정은 매년 ‘0’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교회 재정을 흘려보내는 것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라면서, 재산을 불리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