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가 계속돼야 한다며 성과가 나기까진 시간과 확장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된 데 대해 청와대는 최근 공개 대응이나 발언을 아끼고 있고, 정책기조 유지 메시지와는 엇갈리는 '경제 투톱' 교체 기류까지 불거지면서 대외적으로 정책 순항 여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기조는 계속돼야 한다"며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둘러싼 야권의 수정·폐기 요구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직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인내를 당부한 것이지만, 경제 현실에 기초한 불안한 여론은 현 정부 기조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성인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5주 연속 하락해 55.5%를 기록했다. 조사기관은 하락 이유에 대해 "주가급락, 장기실업자 증가, 경기선행지수 하락 등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 소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집중하다보니 경제문제는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경제홀대론'도 이런 여론과 무관치 않지만 청와대의 대응은 반박에 그치는 모양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경기지표가 6개월 연속 내림세로 나타난 지난달 31일엔 진단과 처방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가 2000 밑으로 내려간 직후였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공식적인 회의에서 그 문제가 논의된 적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기조 유지' 입장을 밝힌 전후로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 가능성이 흘러나온 점도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된다. 청와대는 교체 여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아낀 채 경질로 비춰지는 걸 경계하는 기류다. 한 관계자는 "연말이기도 하고, 1기에서 2기로 바뀌는 가능성이야 언제나 열려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정부가 경제 주체들에게 확신할 수 있는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 말하는) 상황 개선 시기가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 이젠 내년에 개선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래선 정책이 신뢰받기 어렵다. 성장을 위해 어떤 걸 할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정책적 스탠스가 필요하다"며 "악화된 지표나, 체감 경기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대한 현실적 인식도 비춰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