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강승호. (사진=SK 제공)
"뽀뽀라도 해주고 싶어요."
SK 와이번스 2루수 강승호에게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2018 KBO 플레이오프 5차전은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았다. 결정적인 실책으로 지옥을 경험하고 한동민의 홈런으로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승호는 이날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시리즈 내내 안정적인 타격과 수비를 보여주던 강승호. 그러나 결정적인 실책이 아쉬웠다.
강승호는 9-6으로 쫓기던 9회말 2사 1, 2루에서 서건창의 타구를 처리하다 송구 실책을 범했다. 깊숙한 타구를 잘 잡았지만 1루에 던지는 과정에서 공이 옆으로 흘렀고 그사이 2루에 있던 송성문이 홈을 밟아 점수는 9-7이 됐다.
승리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1개였기에 SK는 안심했지만 바뀐 투수 신재웅이 박병호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강승호의 표정은 더욱 굳어갔다.
다행히 SK는 무너지지 않았다. 연장 10회말 9-10에서 김강민이 솔로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후속 타자 한동민이 끝내기 홈런으로 길었던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강승호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다.
경기를 마친 강승호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오늘 졌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며 "실책을 범했지만 팀이 2점 앞선 상황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동점 홈런을 맞고 나서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겨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동료들의 격려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강승호는 "실책 이후 선수들이 '어차피 제대로 던졌어도 주자는 살았을 것. 경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끝까지 해보자'고 얘기해줘서 힘을 낼 수 있었다"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끝내기 홈런을 친 한동민이다. 강승호는 "가장 고마운 선수는 동민이 형이다. 홈런이 나오는 순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멍한 상태였다"며 "아직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당장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강승호는 이어 "이번 시리즈 첫 실책을 범했다. 결과적으로 팀이 이겨서 다행이다. 오늘의 실수를 빨리 잊고 새롭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