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신흥국 경제 위기로 '제3차 석유파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4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에 게재된 '제3차 석유파동 및 신흥국 경제위기 발생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해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4년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84.73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2006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의 3배, 지난해 여름의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07년 당시 국제유가가 3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금융위기를 가속화시켰던 점을 지적하고, 향후 국제 경제위기 가능성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번 국제유가의 급속 상승은 대다수 전문가들조차 예상 못했던 바"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제적으로 조성된 각종 정치·경제적 불안 요인이 공급차질을 유발할 가능성을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단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는 등 정치·외교 문제 탓에 앞으로도 원유 공급량이 쉽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 등이 원유 증산에 미온적인 데다, 세계 12위 산유국 베네수엘라도 정정불안으로 지난해 원유 생산량이 이미 28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상태다.
보고서는 "과거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가계의 구매력 약화와 실물경제 위축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셰일 혁명 이후 이런 패러다임에 변화가 발생했다"며 "원유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신흥국은 이와 달르다"고 밝혔다.
공급 차질 속에 유가가 급등할 경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경우 실물경제가 고스란히 위협에 노출된다. 유가 상승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투자와 고용이 급감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심각할 경우에는 국가 디폴트까지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 유가 상승은 미국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모드 전환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신흥국은 원유 공급선 다변화와 경상수지 관리 등 선제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