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SK텔레콤은 택시 이용 고객들의 편의 제고와 기사들의 안전운전 향상을 위해 자사의 택시 호출 서비스인 '티맵 택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사진=SKT 제공)
SK텔레콤이 카카오택시에 도전장을 던졌다. 카카오택시 출범 한 달 만에 선보이긴 했지만 플랫폼 선점에 실패한 '티맵 택시(T map 택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2년 내 500만 명 이상의 월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카풀로 인한 카카오와 택시업계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카카오 위주의 택시 호출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포부다.
SK텔레콤은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삼화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티맵 개편 방향을 밝혔다. 승객과 기사 모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제고하는 게 이번 개편의 골자다.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상무)과 티맵 택시 담당자 15명 전원은 이를 위해 직접 택시 면허를 따서 운행하며 택시 기사와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티맵 택시를 통한 향후 모빌리티 시장 자체의 성장에 주목했다"는 그는 "모바일 내비 1위 티맵의 교통 데이터, SK텔레콤이 보유한 기지국 기반의 유동인구 데이터, 그리고 AI 기술력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SK텔레콤은 우선, 연말까지 T멤버십을 통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월 5회, 회당 5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매달 최대 2만 5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티맵 택시 앱으로 호출하고 하차 시 앱결제(11pay)로 할인받는 방식이다. 오는 21일 T데이에는 택시 요금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단, SK텔레콤 고객에게만 제공된다.
승객의 위치를 가족이나 지인이 확인할 수 있는 '안심귀가 라이브(Live)' 기능도 선보인다. 고객이 택시를 타면 현 위치와 도착 예정시간, 이용 택시의 정보 등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내는 서비스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카카오 택시와도 차별화된 기능으로 꼽힌다. 택시 호출 시 목적지까지의 소요 시간과 예상 금액도 알려준다.
택시 기사의 안전과 편의성도 높였다. 운전 도중 호출에 응답하려면 스마트폰을 조작해야 하는 현재 방식이 택시 기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택시기사 3만 명에게 버튼식 '콜(Call)잡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콜잡이'는 핸들에 부착하는 형태로, 택시 기사는 스마트폰에 손을 뻗지 않고도 콜잡이의 버튼을 눌러 안전하게 고객 호출에 응할 수 있다.
배차 시스템도 개선했다. 단순히 최단거리 차량만 배차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호출 장소가 차량 진행 방향과 일치하는지 확인해 유턴 여부, 순방향, 역방향 등을 고려해 배차하도록 바꾼 것이다. 여 유닛장은 이를 통해 "택시기사들의 편의 제고는 물론, 역방향에서 오는 택시를 타야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고객의 번거로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은 'AI 택시'도 준비중이다. 실시간으로 택시 수요 밀집 지역 정보를 공유해 기사와 승객의 대기시간 축소는 물론, 택시기사의 수익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서비스 개편으로 현재 카카오가 시장을 독점하는 구도를 깨겠다는 방침이다. 티맵 택시는 카카오택시 출시 약 한달 만인 2015년 3월 말에 나왔지만 월간 실사용자(MAU)는 지난달 기준 10만 명에 불과하다. 카카오T MAU 530만 명과 격차가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추진으로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는 틈을 노려 택시호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택시 호출 시장에서 플랫폼 선점을 놓친 뒤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시장이 최근 2∼3년새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이 시장을 방치하면 큰 위기가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편 배경을 부연했다.
카카오T로 논란이 빚어진 호출서비스 유료화와 카풀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카풀은 기사의 생존권, 승객의 편의성 모두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유휴 택시 활성화와 카풀 기사의 신원 사전 점검 제도가 먼저"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티맵 택시의 월간 실사용자를 현재의 10배인 100만으로 늘리고, 2020년말에는 이용자 50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6만명 수준이 가입 택시 기사수도 연말까지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 유닛장은 "SK텔레콤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도 크게 느끼고 있다"면서 "ICT 기술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은 카카오와 대비해서 잘 할 수 있고,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과 기사의 니즈에 맞춰 택시 호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더 많은 소통으로 수용도를 높인 후에 다른 서비스로 확장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