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 제재를 전면 복원했지만, 우리나라 등 8개국은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았다.
우리 정부는 범정부 대책반을 가동하고, 수시로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을 통해 원유수입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결과는 피하게 됐다.
◇ 정부 "6개월 전부터 전방위적 대응"…180일 뒤 연장은 숙제외교부는 5일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의 상당한 감축을 전제로 우리나라 등 8개국을 이란과의 교역 등에 부과하는 제재의 예외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월 8일 미국이 대이란 제재 복원을 발표한 직후부터 전방위적 대응태세를 가동했다.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을 단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대책반을 출범시켰다.
또 미국 측과 세번에 걸쳐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수시로 필요한 경우 접촉을 시도했다. 정상은 물론 장차관급 등 각급에서 우리 입장을 계속 미국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주미 한국 대사관을 통해 미국 행정부, 의회를 포함한 조야의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해 우리의 입장을 반복해 전달해왔다.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도 11차례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지난달 2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며 한국이 예외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미측이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통화를 계기로 예외 인정에 대해 한미가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180일 뒤 예외조치가 연장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정부는 미국이 동맹국인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이란 최대 압박기조 속에서 얻어낸 의미있는 외교적 성과라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평화로운 중동 지역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계속해서 동참해 나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유관 국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예외국 지정으로 숨통…"경쟁력 유지 충분한 물량"
이번 예외 조치로 우리나라는 향후 180일 동안 이란과 원유 거래가 가능해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란으로부터 약 1억4787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원유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수입 규모로 이란산 원유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3위 수출품목인 석유화학 제품에 필수적인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수급이 가능하게 된 것이 이번 예외 인정의 가장 큰 성과다.
콘덴세이트는 이란산 원유 수입량 중 73%를 차지하고, 우리 업계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콘센데이트 수입의 53%를 이란에 의존해 왔다.
정부는 원유 감축 수준을 한미간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면 거래 중단이라는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업계와 계속 협의해 온 결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물량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란 중앙은행과 원화계좌를 개설해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시스템도 유지할 수 있게 돼 비제재 품목의 이란 수출도 유지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