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올 3분기에 한국경제가 한층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한국의 실질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연환산치로 2.4%로 2분기에 이어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로도 2%에 그쳐 2분기의 2.8%에 비해 큰 폭의 둔화를 보였다.
3분기 성장률을 떠받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큰 폭의 수출 증가였다.
반도체 수출이 한국경제 성장률을 얼마나 떠받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3분기 성장률의 내역별 기여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기여도란 말 그대로 실질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여도가 1%라면 실질GDP 성장률을 1% 끌어 올렸다는 의미이다.
한국은행 자료 재구성
위 도표에서 지출별 기여도를 보면, 전기대비로는 수출이 2분기에 비해 3분기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수출이 3분기 성장률을 크게 떠받쳤음을 알 수 있다.
[비쥬얼그래픽팀=임금진PD]
이에 비해 전년동기대비로는 수출이 둔화된 반면 수입은 감소해 수출입의 성장률 기여도가 확대됐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경제는 수출의존형 경제이다. 교역의존도는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한국의 수출입 규모는 GDP의 80%를 넘고 있어 수출입이 실질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이에 비해 소비지출 규모는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를 합해 GDP의 63% 가량에 달한다. 수출입이 소비지출보다 실질성장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부터 수출 증가의 대부분은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2017년에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9월까지 21%를 넘고 있다.
또 품목별 수출액을 보면 반도체가 2위인 자동차와 석유제품의 2.5배 가량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작년에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57%를 넘었으며, 올해는 9월까지 전년동기대비 38%를 넘고 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차감한 순수출의 기여도는 전기대비 연환산치로 2분기에 5.2%에 달했으며 3분기에는 6.8%로 한층 높아졌다.
만일 수출입 기여도를 제외하면 2분기와 3분기의 실질성장률은 전기대비 연환산치로 -2.8%와 -4.4%였다.
전년동기대비로도 2,3분기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1.3%와 1.9%였으며, 이를 제외하면 실질성장률은 2분기에 1.5%에 불과했으며, 3분기에는 0.1%로 나타났다.
이로부터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면 한국경제는 이미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이거나 성장이 멈춘 상태인 셈이다.
수출입을 주도하는 것은 대부분 극소수 대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들 대기업들과 일자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 및 자영업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수출입은 환율 변동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원화 환율은 올 2분기에 달러당 1,078원에서 3분기에는 1,121원으로 4% 가량 올랐다. 원화 환율 상승으로 성장률도 일정부분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편,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모두 2분기에 비해 3분기에 더욱 악화됐다. 작년 3분기에 비해서도 악화됐다. 특히 건설투자의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투기대책 강화로 부동산시장이 급랭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설비투자는 건설투자와 함께 자본투자에 해당한다. 자본투자는 기업의 혁신력과 경쟁력이 향상되어야만 늘어날 수 있다.
혁신력과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의 자본투자가 늘어나게 되면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즉, 자본투자 증가는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것이다. 다만 건설투자 가운데 주택투자는 혁신력이나 경쟁력 향상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극소수 반도체 제조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업종의 자본투자 위축이 계속되고 있다. 혁신력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정권 출범 이후 2차례의 일자리 추경과 일자리예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지난 주에 다시 5.9만명의 초단기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땜질식의 편법으로는 가라앉는 한국경제를 구할 수 없다.(김광수연구소 소장)
김광수 경제연구소 소장 김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