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의 라이트 공격수 조재성은 배구를 시작한 이래 지금이 가장 즐겁게 코트에 나서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그저 즐겁다. 코트에 나가는 것이, 그리고 승리하는 것이. 조재성은 올 시즌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배구’를 하고 있다.
2018~2019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단연 돋보이는 국내 선수는 조재성(OK저축은행)이다. 기록 면에서 정지석(대한항공)이나 전광인(현대캐피탈) 등에 밀릴 수 있지만 소속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조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후반 외국인 선수의 자리를 꿰차고 OK저축은행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던 조재성은 올 시즌 완전한 주전으로 우뚝 섰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시즌 초반 선두 경쟁을 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비결로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와 조재성의 활약을 꼽았을 정도다.
2016~2017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조재성은 입단 동기 가운데 황택의(KB손해보험)와 함께 가장 확실한 팀 내 입지를 구축한 선수다. 키 192cm, 서전트 점프 70cm로 같은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체격조건부터 열세다.
그래서 조재성이 더욱 돋보인다. 열세를 극복한 그의 존재감이 올 시즌 OK저축은행을, 그리고 V-리그 남자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조재성 스스로 지금 자신의 배구를 두고 “배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재미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지난 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2라운드를 마치고 만난 조재성은 “몸이 힘든 것 빼고는 정말 재미있다. 우리 팀이 계속 이기고 있으니까 더 재미있다”면서 “작년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기는 경기가 적어 낙이 없었다. 지금은 다 같이 승리로 보답해주니까 배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재미있다”고 활짝 웃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중반까지 조재성은 원 포인트 서버였다. 그마저도 실수가 잦았다. 그런 그에게 석진욱 코치는 ‘당근’이 아닌 ‘채찍’을 들었다.
조재성은 “원 포인트 서버로 들어갔는데 그렇게 때리다 보면 집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바닥을 찍고 올라왔다”고 석진욱 코치의 혹독한 조련을 회상했다. 하지만 그 덕에 오늘의 조재성이 있다.
“올 시즌도 못 하기만 해보라고 하시는데 이제는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너스레를 떤 조재성은 “이제는 코치님이 잘하면 당근도 주신다. 그러다 보니 더 악착같이 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멘탈이 강해진 덕에 이제는 뻔뻔하게 배구를 하고 있다”고 배구를 대하는 독특한 자세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