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친박계 의원들은 2019년에도 원내대표 후보를 내지 못할까. 당내 선거(미정‧12월10일 즈음)를 한 달여 앞두고 하마평이 나돌고 유력 후보군이 추려지는 가운데 친박계 의원들의 뚜렷한 구심점이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일부 강성 친박계를 제외하곤 사석에서조차 '친박(親朴)'이란 정체성을 거론하진 않지만, 대선 전후 탈당파(비박계)와 잔류파로 구분돼 있는 전선에서 친박계는 엄연히 당내 최대 계파다. 폐족(廢族)인 듯 폐족 아닌, 그런 상황인 셈이다.
뚜렷한 후보를 내지 못한 난맥상은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의 면면을 살펴보면 쉽게 드러난다. 비박계에선 심재철(5선)‧나경원(4선)‧강석호‧김영우‧김학용(이상 3선, 선수 및 가나다순) 등 7~8명의 후보들이 넘쳐난다. 반면 친박계에선 김정훈‧유기준(이상 4선) 의원 등이 거론될 정도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예단하기 이른 극 초반의 판세이지만, 벌써부터 양강구도가 짜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남권의 A후보와 수도권의 B후보다. 이들은 크게 봐서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 색채가 옅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와 맞물려 의원 숫자로는 당내 최대 인원인 초‧재선 범(凡) 친박 의원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중심이 된 당내 모임인 '통합과 전진'은 7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차기 원내대표의 기준' 문제를 토론했다.
논의 결과, 통합과 전진은 원내대표의 자격 기준에 대해 ▲당 운영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할 사람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사람 ▲특정 계파 색채가 짙지 않은 사람 등을 꼽았다.
이들은 비박계인 현 김성태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고,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내년 차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견제성 발언을 내놨다.
박완수(초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말들이 많고 현안이 선거구 개편 등 있었는데도 발언할 기회를 안 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용기(재선) 의원은 "언제부턴가 (의총이) 들러리, 이벤트, 쇼하는 곳이 됐다"고 비판했다. 당무감사를 원내 선거 이후로 미루되 2월 비대위 퇴진, 3월 전대 등의 일정이 관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범친박 초재선 의원들의 의중과 관련,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A‧B 후보 중 누가 선택될지를 놓고서도 당내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A의원에 대해선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친박계 인사를 영입한 만큼 확장성이 장점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비박계 색채가 짙은 만큼 상대적으로 색채가 옅은 B의원 쪽으로 쏠릴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든 비박계가 원내 사령탑에 오르는 상황이 가정된 것이다. 친박계로선 일단 불리한 원내 선거에선 비박 성향이 덜 한 사람을 고르는 전략적 선택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친박계의 전략적 선택은 나름의 역사가 있다. 박근혜 정부 1년차였던 2013년 한 해만 강성 친박인 최경환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을 뿐 이후부턴 타협의 결과가 반복됐다.
2014년엔 충청권-청와대의 조력을 받은 이완구 전 총리가 친박계로 영입, 발탁됐었다. 2015년 반박(反朴) 성향의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당선됐을 때 친박계는 그를 밀어내고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당시 정책위의장에게 원내대표 직을 승계시켰다.
이후 정진석(2016년), 정우택(2017년) 전 원내대표 등 범친박 성향의 원내 지도부가 들어섰다가, 홍준표 전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던 지난해 말 김성태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무게추가 비박계로 기울어졌다.
하지만 친박계의 퇴조 기류가 비박계의 당권 장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박계로서도 2020년 총선 공천권으로 직결될 수 있는 당 대표 직 장악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올해 말 원내대표 경선에서 한 발 물러서더라도 내년 초 당 대표 선거에선 다시 결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황교안 전 총리‧오세훈 전 서울시장‧김태호 전 의원‧김진태 의원 등이 '태극기' 세력의 지원을 받고 당권을 쥘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로 거론된다.
비박계의 좌장이자 당권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은) 국민의 82%,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의원 62명이 찬성했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지금 와서 탄핵 때문에 모든 게 다 이렇게 됐다는 프레임은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반(反)탄핵파인 친박계가 결집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담긴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