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매주 목요일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 네 오늘은 어떤 문화 트랜드 얘기해볼까요.
◆ 조은정 > 네 오늘은 할머니 크리에이터들의 맹활약에 대해 얘기해볼까합니다. 요즘 출판계에서 할머니가 쓴 책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전업 작가가 아니라 평범한 할머니들이 글을 쓰시고 책으로 출간이 되는건데요.
이옥남(97) 할머니가 발간한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문집. (사진=양양군청 제공)
이옥남(97) 할머니 (사진=양양군청 제공)
몇달전 <아흔일곱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책이 출간이 됐어요. 강원도 양양군 송천리 시골에 사는 97살 이옥남 할머니가 30년간 쓴 일기를 묶은 책인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시다가 56살때부터 한글을 배우면서 꼬박꼬박 일기를 쓰셨는데요. 이 책을 손주가 모아서 인터넷에 소개를 했고 북펀딩을 받아서 정식 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책 내용을 보면 정말 떼묻지 않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자연과 함께 소박하게 삶을 살아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녹아있어서 젊은이들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김명자 할머니(76)가 쓴 책 <할머니 독립만세>
지난주에는요 또 비슷하게 <할머니 독립만세="">라는 책이 출간됐는데요. 76살 김명자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할머니는 70대 중반 아들가족에게서 독립해서 파주에 혼자 거주하시면서 지역 도서관도 다니고 새 인생을 시작하셨는데요. 글쓰기가 자신에게는 너무 즐거운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김명자 할머니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남의 글을 읽고 내 글을 쓰면 다른 친구가 필요 없이 나만의 세계에서 글을 쓰는게 즐거워요. 나이들었지만 컴퓨터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열심히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해서 열심히 작성한 것이거든요"◇ 임미현 > 사실 평범한 분들인데 책이 주는 특별한 울림이 있는 것 같네요.
◆ 조은정 >네 요즘 책을 통해서 지식이나 교양을 쌓는 목적보다는 삶의 위로,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한데요.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모진 세월을 겪으면서도 삶을 진솔하게 살아가시는 할머니들의 일상이 젊은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책 기획자 김남기 에디터의 말을 들어보시죠.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할머니들의 어머니들의 삶이라는게, 능력과 상관없이 살림을 했어야 했어고 이런 것들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또 평범한 사람들의 미시적 글쓰기라는 관점에서 접근을 했구요"◇ 임미현 > 출판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이런 경향들이 있나요?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캡쳐
◆ 조은정 >유튜브가 가장 활발한데요. 실퍼 크리에이터라고 해서 유튜브에서 할머니들이 주인공인 콘텐츠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72살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 스타입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수십년의 축적된 뷰티 노하우를 전수하구요. 지난 5월에 구글 본사에도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김영원 할머니는 81살에 먹방 유튜버로 인기를 끌고 있구요, 62살 조성자씨는 '심방골주부'라는 채널에서 시골 집밥을 선보이면서 쿡방 크리에이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 임미현 > 할머니들 활약이 대단한데 그런데 할아버지들은 없습니까?
◆ 조은정 >할아버지들 콘텐츠도 간혹 있기는 한데요. 할머니들의 활약에 비해서 많지는 않았습니다. 브라질에 사는 이찬재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면서 쓴 그림엽서가 화제가 돼서 책으로도 출간되고 전시도 했는데요. 그 외에는 출판계에서는 사실 할머니들의 활약에 비해서는 눈에 띄진 않습니다.
◇ 임미현 > 왜 그럴까요?
◆ 조은정 >할머니들은 힘든 시기를 거쳐왔고, 많이 못배우고 사회적으로 약자였지만 그 세월을 견디시면서 오히려 사회성이 축적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남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꼰대가 아니라, 주변과 소통하려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질이 뛰어난거죠. 반면 할아버지들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고 나이가 들고 은퇴하시면 오히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영향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황진미 문화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자기 생각만을 주장하는 할아버지들과는 달리 할머니들은 붙임성이 있고, 자기가 오랜시간 억압을 당해왔던 것들이 많기 때문에 역으로 상대에 대한 이해심이 높고 수평적인 관계맺음이 잘 이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임미현 > 이런 트랜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요?
◆ 조은정 >사실 미술계에서도 70, 80이 넘는 화가들이 전성기 시절 못지않게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고요. 유튜브 채널의 경우 노인분들이 스마트폰을 다루면서 많이 이용하시는 추세거든요. 그래서 그 시장이 확실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출판계에 나온 책들도 젊은이들도 많이 공감을 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할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잖아요. 주변과 소통하고 인생의 노하우를 전하는 할아버지 크리에이터도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 임미현 > 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와 트랜드를 읽어봤습니다.
할머니>아흔일곱번의>조은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