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박진성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사람이 "있지도 않은 일이다. 그런 심한 일이 있었다면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7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 기일을 열고 모 대학원 연구원 A씨를 고은 시인 측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박진성 시인은 올해 3월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2008년 4월 C대학교에서 주최하는 고은 시인 초청 강연회 뒤풀이에 참석했다가 고은 시인이 한 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자신이 뒤풀이 장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진성 시인은 현장에 A씨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고은 시인과의 관계에 대해 "문단의 대선배이시기도 하고, 작품을 읽으면서 문학적으로 굉장히 좋아했다. 박사학위 공부를 할 때 관련 논문을 쓰려고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진성 시인이 글에서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못 봤다. 있었다면 못 볼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진성 시인이 글에 당시 현장에 3명의 20대 여성이 있었다고 적은 것과 관련해 당시 여성 참석자로 예상되는 사람들과 성추행 여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렇게 충격적인 것을 봤다면 누구 하나 눈감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소문도 다 났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박진성 시인이 그런 글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박진성 시인이 자신이 성폭행범으로 몰려 너무나 억울해했는데 자신이 무혐의를 받은 것이 조명이 안되니까 다시 한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내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박진성 시인 측은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박진성 시인 측 대리인은 A씨에게 "고은 시인의 명성을 이용해 본인의 영향력을 높이고자 고은 시인을 여러 자리에 초빙했는데, 고은 시인의 추문으로 본인이 난처해지자 뒤풀이 장소에 가지 않았음에도 비호하는 진술을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A씨는 다소 불쾌하다는 듯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영미 시인 측도 A씨가 최영미 시인의 서울시 성평등 대상 수상 반대에 서명한 것을 거론하며 A씨 증언의 진의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박진성 시인이 마치 최영미 시인 사건의 증명이라도 하듯 없었던 일을 가지고 글을 실어 확신을 주는데, 그것으로 상을 받는다 해서 반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박진성 시인에 대해서도 신문하기로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최영미 시인 측은 고은 시인과의 대질신문을 재판부에 재차 요구했다.
최영미 시인 측은 "기왕에 당사자 지위에 있는 최영미 시인이 신문하겠다고 나선 바에야 고은 시인이 나와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증언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냐"며 소송 원고 본인에 대한 신문을 허가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고은 시인 측은 "여러 번 원고 의사를 확인했지만 나올 의사가 전혀 없다.
완강한 입장"이라며 "만약 (대질신문을 계속 요구하면) 원고로서는 소 취하 가능성도 있고, (최 시인 등을) 형사 고소할 생각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대질신문 여부는 좀 더 검토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내년 1월 9일 열리는 변론 기일에는 최영미 시인 등에 대한 신문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