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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내렸는데, 왜 기름값 더 비싸?"…화물차주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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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류세 내렸는데, 왜 기름값 더 비싸?"…화물차주 한숨

    "유가보조금 깎였지만, 자영주유소 재고 소진 전까지 가격 인하하지 않아"
    "물류 업체들 유류세 인하 빌미 운송료 인하 요구 할 것"

    정부의 유류세 15% 인하 방침이 시행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직영주유소에서 리터당 가격이 전날보다 휘발유는 123원 내린 1591원, 경유는 87원 내린 1427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기름에 붙는 유류세를 15% 인하했지만, 영세 화물 차주들은 오히려 기름값이 비싸졌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유류세 인하 시행 첫날인 지난 6일, 트레일러 차주 신택순(63)씨는 연제구의 한 주유소를 찾았다.

    신 씨에 따르면, 해당 주유소의 경유값은 1ℓ당 1천467원으로 전날과 똑같았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유류세가 15%가 인하돼 경유 값이 87원 내려야 맞지만, 가격 변화는 없었다.

    곧바로 가격 인하에 돌입한 직영주유소와 달리 신 씨가 찾은 자영주유소는 값이 떨어지기 전 사놓은 재고 물량을 처리한 뒤 기름값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씨는 "당장 운송해야 할 짐이 한가득 차에 실려있어 마냥 기름값이 내릴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면서 "울며겨자먹기로 할인되지 않은 가격에 주유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햇다.

    그런데 더 황당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같은 양을 주유했지만, 총 주유 금액이 이날 더 비싸게 나온 것이다.

    이 상황이 의아한 신 씨가 영수증을 한참 들여다보자 화물차주에 지급되는 정부의 유가보조금이 ℓ당 345.54원에서 265.58원으로 79.96원 인하돼 있었다.

    유류세 인하로 내려간 가격만큼 유가보조금이 깎인 셈이다.

    일반 자영주유소는 재고 처리 전까지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가보조금은 일제히 깍여 화물차주들은 애써 직영주유소를 찾지 못한 이상 앞으로 1~2주가량은 더 비싼 값에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격을 바로 인하한 직영주유소 비율은 사실상 전체 주유소의 30%도 되지 않는다.

    화물차주들은 이 문제가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화물연대 한 관계자는 "물류 업체들이 유류세 인하를 빌미로 운송료 인하를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정부의 유류세 인하정책으로 영세 화물차주들은 기름값은 기름값대로 다 내고, 수익금은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08년 유류세 인하 당시에도 55원의 유가보조금이 삭감됐다.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은 30~40원 정도 인하돼 영세 운송업자들에게는 유가가 더 오른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세계 경제까지 침체되면서 영세 화물차주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고 전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은 이번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서민 경제가 살아나길 기대했지만, 유가보조금도 동시에 내리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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