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현지 시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넷플릭스 See What's Next Asia - NEW ON NETFLIX: KINGDOM'에서 김은희 작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2019 넷플릭스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베일을 벗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을 '배고픔'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8일 오후(현지 시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넷플릭스 See What's Next Asia'가 열렸다. 이날 패널 행사의 마지막은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장식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디렉터의 진행으로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배우 주지훈과 류승룡이 패널 토크에 참여했다.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이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잔혹한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권력을 탐하며 왕세자를 위협하는 조학주 역은 류승룡이, 이야기의 키를 쥔 의녀 서비 역은 배두나가 맡았다.
김은희 작가는 '싸인' 후반부를 쓰던 2011년부터 구상해 온 작품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는 "원래 좀비물에 관심이 있었다. ('킹덤'은) 배고픔에 가득 찬 크리쳐라고 봤다. (그걸) 역병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지금보다) 훨씬 더 통제가 불가능한 조선 시대에 역병이 있으면 어떨까 해서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킹덤'을 맡고 나서 왜 '넷플릭스 드라마'를 하느냐는 질문에 "결과물로 보여주겠다"고 답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킹덤'은 어떤 작품이고 어떤 걸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인지.김성훈 감독 : 그때 질문받았을 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어서 호기롭게 답한 것이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으로 한번 해 보고 싶었다. 이제 곧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와서 기대와 더불어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움도 함께 느껴지는 순간이다. '킹덤'이라는 작품은 15~16세기 극동아시아 조선이라는 나라 배경으로 인간의 권력에 대한 그릇된 탐욕과 민초들의 끊임없는 배고픔이 만들어 낸 투쟁사라고 본다.
'킹덤'이라는 작품은 여러분들이 흔히 아시는 좀비를 다루는데, 저희는 (이들을) 역병 환자라고 부른다. 조선이라는 시대에 역병 환자 투입했는데 15~16세기경에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고요하고 기품있는 어떤 정적인 아름다움이, 인간의 탐욕과 역병 환자들이 만들어내는 동적인 긴장감과 충돌했을 때 어떤 쾌감을 만들어낼 거라고 본다. 그런 쾌감이 6부에 담겼다.
▶ 상상했던 걸 모두 표현했는지.김은희 작가 : '킹덤'이라는 작품은 목도 잘리고 피도 많이 나오고 사람도 많이 죽는다. 이런 게 기존의 드라마 플랫폼에서는 굉장히 불가능하기도 하고 너무 잔인하기도 해서 실제로 대본 작업이 힘들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훨씬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성훈 감독(오른쪽)이 '킹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극중 조학주 역을 맡은 배우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이번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테마는 무엇인가.김은희 작가 :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배고픔, 식욕만 남은 어떤 괴물들의 얘기다. 그게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세자 창은 알아나가는 거고 악으로 대변되는 조학주는 거기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전체적인 테마는 배고픔으로 생각하고 대본을 썼다.
▶ 각자 캐릭터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주지훈 : 제가 맡은 이창이라는 캐릭터는 왕세자다. 왕자다. 사실은 초반에는 어떤 대의를 위해서나 원대한 꿈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어찌 보면 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그런 말 있지 않나.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그런 걸 잘 모르고 있던 키워진 왕자, 민초들의 아픔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왕자가 초반에는 자기의 안전과 안위를 위해서 이 모험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 모험 안에서 책에서 본 게 아닌 실제 사람들의 고통과 굶주림, 힘겨운 것을 느낀다. 한 나라를 이끄는 좋은 군주로 가기 위한 성장 모험을 하는 캐릭터다. 근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사실 궁이라는 공간도 이 친구한테 그렇게 안전한 공간은 아닌 것 같다. 그 안에서도 자기 미션과 해야 할 몫을 하지 않으면 정치적 희생양이 되거나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는 유약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걱정으로 시작했지만 모험하게 되면서 좋은 리더로 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류승룡 :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뭐, 권력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굶주림을 가진 인물이다. 왕보다 더한 권력을 갖고 그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 왕세자와 딸까지도 이용하는 권력에 집착하는 능력 있는 인물이다.
배두나 :
(* 행사에 불참해 영상 편지로 대신함) 의녀 서비 역할을 맡았다. 서비는 역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캐릭터로, 드라마에서 아주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 서비라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오늘 못 오신 배두나 씨를 대신해 감독님이 설명해 달라.김성훈 : 두나 씨께서 살짝 말씀드렸지만 서비는 의녀로, 작품 내내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선한 인물이다. 근본 자체가 아주 선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21세기와 달리, 15~16세기라는 시대가 가진 여성의 한계라는 게 있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한계를 어느 정도는 벗어난 능동적 캐릭터다. 키를 갖고 비밀에 접근해 가는 가장 주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배우 주지훈(오른쪽)이 '킹덤'에서 맡은 배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은희 작가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이창이라는 캐릭터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이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창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과정을 설명해 달라.주지훈 : 악에 대항하기 위해 일종의 파티가 만들어진다. 이창과 이창의 호위무사, 서비와 여러 인물로 만들어지는데 그 인물을 보면 누군가는 왕자이고 누군가는 서민이고 누군가는 어찌 보면 악의 무리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우여곡절 끝에 만나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함께 움직인다. 의심도 하긴 하지만, 촬영하면서도 글을 보면서도 누가 봐도 절대적인 악과 선을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까 말했다시피 그 파티 안에서 악의 편에 있었던 사람도 있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배고픔, 굶주림은 정서적인 결핍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 몰렸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변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길을 갈 수 있을까 하는 게 있더라. 촬영하면서 제가 실제로 했던 고민이 이창과도 닮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
▶ 이창에게 서비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주지훈 : 계급제도가 있던 시대에 굉장히 다른 계급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그들이 인간애적인 모습을 알게 된다. (이창은) 어려움을 실제로 당면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나의 안위와 내 몸이 안전하길 바라는 이 욕망과 보호 본능 같은 것 때문에 당황한다. 그런데도 해야 할 몫과 일들을 해내고 희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보면서 많은 생각을 되게 하게 된다. 서비는 (이창이)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중심적인 인물이다.
▶ 이번에 맡은 역할은 깊이가 있는 악역인데.류승룡 : 조학주는 능력 있는 사람이 잘못된 신념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그 영향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 배우들과 작업해 본 소감은.김성훈 감독 : 창이라는 캐릭터는 제가 느끼기에 외롭고 쓸쓸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글(대본)로 만들어진 힘도 있지만 배우 자체가 가진 힘이 있으면 어떨까 했다. 저는 이 작품 통해서 주지훈 씨 처음 알았는데, 지훈 씨가 제가 아는 배우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지 않을까 싶었다. (일동 폭소) 키만큼 높더라. 센스가 탁월하고,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나태한 경우가 많은데 지훈 씨는 부상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끝까지 '한 번 더, 한 번 더' 했다. 말의 속도 따라잡아야 하니까 구토도 했지만, 끊임없이 열정을 보여줬다. 훤칠한 외모와 지적 수준과 열정까지 있는 아주 완벽한 배우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류승룡 선배님은 한국영화 보면 아시겠지만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최고의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조학주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단선적으로 보이면 안 될 텐데, 하고 걱정했다. 선배님은 첫 촬영 때 일순간 그 고민을 없애주셨다. 저는 조학주에 대한 캐릭터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단지 그(류승룡)를 바라보고 찍기만 하면 됐다. 무한한 편안함을 줬던 배우다.
배우가 배우라는 사람이 기술,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두나 씨는 진정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언지 어찌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안다. 동료 배우, 동료 연출가의 공감을 그 순간 자아낼 수 있는 최고의 진정성을 갖고 있는 최고의 배우라고 본다. 시간이 짧아서 다른 분들 이야기를 못 해서 죄송하다.
왼쪽부터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디렉터, '킹덤' 김은희 작가, 배우 주지훈과 류승룡, 김성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 '킹덤'은 내년 1월 25일에 전 세계에 공개된다. 오늘 티저 예고편을 보니 어떤가. 김은희 작가 : 재밌다.
김성훈 : 연기가 좋다.
류승룡 : 연출이 좋다.
주지훈 : 어, 제가 좋은 것 같다. (일동 웃음)
▶ '킹덤'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동시 공개된다. 작품을 보기 전에 꼭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있다면.김은희 작가 : 사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잘 알고 계시겠지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유교적인 개념들이 많다. 시신 훼손은 절대 안 된다, 단발령 때문에 자살한 사람도 있다 등 그런 개념을 미리 숙지하면 좋지 않을까.
▶ 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김성훈 : 오전부터 일정 하시느라 상당히 지치고 힘드실 텐데 이따가 저희 시사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충분히 즐기는 자리가 되길 바라겠다. 감사하다.
류승룡 :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가장 서양적인 소재와 만났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장 세계적인 넷플릭스와 만났다. 이 시너지를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주지훈 : 아주 재밌는 작품이다.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아시아 문화를 대표한다는 여러 가지 의미의 것들이 (그동안은) 좀 한국적인 색깔이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킹덤'은)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
김은희 작가 : 여기까지 귀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킹덤'은 가장 땅끝인 동네부터 한양까지 오게 되는 일종의 로드 무비인데, 주지훈 씨와 배두나 씨 등 굉장히 여러 계급 대표하는 여러 사람들이 마지막 한양에 도착할 때 어떻게 될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내년 1월 25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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