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9일 전격 교체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애증의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독특한 입장에 서왔다.
먼저 김 장관은 예산정보의 무단 열람·유출 의혹 사건을 두고 한국당과 한차례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청와대를 겨냥한 한국당의 업무추진비 폭로에 정부를 대표한 김 장관은 전면에 나서 단호하게 맞서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2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김 장관은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한국당 심재철 의원에 대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얻었다"고 역공을 폈다.
심 의원이 "제 보좌진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서 자료를 열람했다"며 "단순 클릭을 통해 들어갔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없었다"고 주장하자, 김 장관은 "의원님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계속 말씀하고 계신다"며 "그 루트를 찾아가시는 데는 적어도 6번의 경로를 거쳐야 하고, (파일에)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떠 있는데 무시하고 들어간 것이다. 그걸 다운로드를 100만건 이상 하는 건 분명한 잘못"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시 팽팽한 논쟁은 기재부가 심 의원과 보좌진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심 의원도 김 부총리를 포함한 기재부 관계자를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발한 상황에서 발생해 더욱 긴장감을 높였다.
심 의원이 폭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큰 문제가 없다던 김 장관은 급기야 심 의원의 국회 부의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언급하며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총리는 "의원님이 국회 보직을 하고 있을 때 주말에 쓴 것과 똑같다. 그 기준으로 같이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심 의원은 "제가 주말에 쓴 것은 업추비가 아니라 특활비"라고 설명했고, 김 부총리는 "그렇지 않다. 업추비도 쓰셨다. 의원님 해외 출장 중에 국내에서 쓴 유류비도 같은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놓고 한국당에서 "사과하세요" "이 정권의 대변인이야? 공직자 자격이 없어요"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국당은 결국 김 장관이 심 의원을 사찰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예산정보 유출 사건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김 장관에 대해 한국당의 시선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나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소신껏 인정한 부분에 대해선 김 장관에 대한 긍정 평가도 적지 않게 나왔다.
여기에는 김 장관이 이명박 정부와 벅근혜 정부에서 각각 기획재정부 2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경력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8일 "김 부총리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경제 수장에까지 오른 흙수저 신화의 상징"이라며 "비난 받는 극히 일부 공직자들과 달리,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승부해 온 분이었기에 야당도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진적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6년 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김 부총리를 우리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고 적었다.
일각에선 한국당의 '러브콜'로 해석됐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장관 영입설에 대해 "당의 어떤 입장도 없을뿐더러 우리당 의원들도 절대 섣부른 정치적 의미 부여하는거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당에서는 정부 정책과 대립하면서 소신을 지켰다는 우호적인 평가는 여전하다.
지난 6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도 김 부총리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이 많은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박덕흠 의원), "뜻을 다 펼치지 못해 안타깝다"(함진규 의원) 등의 격려를 받기도 했다.
김 장관의 교체에 대해 여당내애선 안타깝지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당 관계자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중요한 경제 정책의 축인데 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의 대립으로 두 정책이 충돌하는 구도로 프레임이 굳어졌다"면서 "여기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두 사람을 교체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비판이 현실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지 않느냐"는 옹호론과 "김 장관이 해야할 혁신성장에서 성과가 없지 않느냐"는 비토론이 교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