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가 지난달 27일 방송된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속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해 KBS 측에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엄경철의 심야토론'은 해당 방송에서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토론 주제로 다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패널들이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혐오 발언이 쏟아내 공영방송이 혐오를 방조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 이후 110개 시민사회·인권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각각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KBS의 젠더의식을 비판했다.
언론 연대는 9일 발표한 의견서·공개질의서를 통해 "세계정신의학회에서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입장을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지만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조영길 변호사는 동성애가 후천적이며 선택이 가능하다는 논지를 폈다. 또한 그들의 인권은 존중한다고 하면서 행위에 대해서는 도덕적이고 윤리적 평가의 영역으로 구분했다"라고 당시 '반대' 입장 패널들의 주장을 설명했다.
이어 "똑같은 행위를 두고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면 그것 자체가 차별일 수밖에 없다. 두 패널은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라고 주장하지만 누군가의 존재를 반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라고 이들 주장의 오류를 지적했다.
'허위 정보' 또한 별다른 검증이나 제지를 거치지 않고 쏟아졌다.
언론 연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논거들은 모두 허위로 밝혀진 내용이었지만 여과 없이 방송됐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부정하고 있는 동성애와 에이즈 간의 관련성 또한 무분별하게 유포됐다"라고 비판했다.
언론 연대가 꼽은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문제점은 총 네 가지다. △ '성소수자' 존재 부정 여부를 포함한 의제설정, △ 성소수자 혐오론자를 패널로 선정해 공론장에서 발언권을 준 것, △ 성소수자 당사자의 발언 기회는 방청 시민 의견 개진 시점에서야 주어진 점, △ 시청자들의 혐오 문자를 그대로 방송을 통해 노출시킨 점 등이다.
언론 연대는 '엄경철의 심야토론' 제작진을 향해 "누군가의 존재·인권을 부정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권의 문제는 찬성과 반대라는 기계적 중립으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KBS 자체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룰 때 어떤 기준으로 접근하고 있나. 허위 정보나 혐오 발언을 제지하지 않는 사회자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KBS '공정성가이드라인'에서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패널 섭외는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KBS 방송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그대로 노출시킨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시청자위원회·성평등센터에도 구체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언론 연대는 "KBS는 과거 방송들에서도 유사한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KBS 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1회성의 문제가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프로그램 내용에 의견제시·시정요구 등 권한을 가진 시청자위원회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성평등'을 구현하겠다는 성평등센터는 '조사권한'을 갖고 있는데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계획인가"라고 답변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