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냈다' SK 정영일이 10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 팀 승리를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인천=SK)
3경기 연속 팀 승리를 마무리하는 중책이었다. 특히 첫 한국시리즈(KS)에서 첫 세이브를 올리는 기쁨까지 올렸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SK 우완 정영일(30)이다.
정영일은 10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과 KS 5차전에서 4 대 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안타와 볼넷 1개씩을 내줬지만 실점하지 않고 세이브를 따냈다.
3점 차로 앞선 9회 등판한 정영일은 선두 타자 김재호를 내야 땅볼로 잡으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이후 오재원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대타 오재일을 볼넷으로 내보내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3회 홈런을 날린 정진호.
하지만 정영일은 정진호를 2루 직선타 더블 아웃으로 잡아내 경기를 매조졌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2루수 정면으로 흘러 2루 주자까지 아웃됐다.
생애 첫 KS 세이브다. KS 등판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팀의 필승조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1차전 1이닝, 3차전 ⅓이닝 무실점 등 SK의 승리를 마무리한 투수였다.
정영일은 광주진흥고 시절 현재 SK 에이스 김광현과 함께 최대어로 꼽혔다. 지난 2007년 KIA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메이저리그행을 택했다. LA 에인절스와 135만 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빅리그 대신 마이너리그를 전전했고,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 2011년 귀국했다. 이후 한일 독립리그에서 뛰다 2013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5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2016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정영일은 21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ERA) 4.74로 첫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9경기 ERA 10.13으로 부진했으나 올해 51경기 3승13홀드 ERA 5.32로 제몫을 했다. 그리고 KS에서 사실상의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경기 후 정영일은 "큰 경기에서 또 3승 동안 마지막 투수로 운 좋게 승리 지켰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팀이 8년 만에 오른 KS인데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타자들이 8회 점수를 빼줘서 편하게 던진다 했는데 마지막에 제구가 흔들렸다"고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친구 김광현이 KBO 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하는 동안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 정영일은 "다시 생각해보면 긴 여정이었다"고 지난 방황을 돌아봤다. 이어 "우승하고 생각하면 감회가 뜻깊을 것 같다"면서 "KS에서 야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만약 SK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정영일이 다시금 마지막 투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영일은 "6차전을 잘 준비하겠다"면서도 "만약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저보다는 에이스인 김광현이 등판해 마무리하는 게 좋은 모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