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사진=자료사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12일 최근 우파로 커밍아웃(정체성 공개)한 이언주 의원을 겨냥, "당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이 탈당 및 한국당 입당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연일 우(右)클릭 행보를 한 데 이어, 급기야 한국당 공식 행사에까지 참석하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울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당 행사에 참여하면서 당과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의원이 한국당 행 이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부산지역 영도로 지역구를 옮기려 한다는 보도도 있다. 사실 여부는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가 지적한 부산 중‧영도는 한국당의 거물급 김무성(6선) 의원의 지역구다. 이 의원이 이 지역 출신이고, 김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당적과 함께 지역구 이전 소문이 돌고 있다.
엄연히 현재 지역구(경기 광명을)를 갖고 있는 이 의원의 이적 가능성은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손 대표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손 대표는 이 의원을 향해 "바른미래당은 민주정당으로 이념적 스펙트럼 다양성, 국회의원 개개인 사상, 입장을 존중해왔다"면서도 "지역위원장에 공모한 의원으로서 당 소속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입장,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9일 한국당 청년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 '나는 왜 싸우는가, 한국 우파의 혁명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한국당 입당설과 관련, "지금 상태에서 제가 그냥 입당해버리면 저의 자극과 충격이 사라지고 '원 오브 뎀'이 된다"며 "나도 똑같이 한국당에서 대장이 되기 위해 싸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아직 입당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이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에 빗대고, 자신의 정체성이 우파였다고 고백하는 등 '보수의 여전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당초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고, 재선 의원 당선 때까지 더불어민주당 당적이었다.
그러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탈당, 바른미래당 통합 전 한축인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만약 이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할 경우 당적을 여러 차례 바꾸게 된다.
손 대표의 이날 작심 발언은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이나 한국당 등 거대 여야로 회귀하려는 조짐이 일자, 이탈을 우려해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손 대표는 현재 자강파(自强派)에 속하며, 민주당과 한국당 양측에서 이탈하는 중도 세력을 제3지대에서 규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당의 바른미래당을 향한 흡수식 보수통합 움직임과 차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