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 (사진='나 혼자 산다' 캡처)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헨리의 비연예인 친구들의 외모를 평가한 패널들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9일 267회에서 무지개 회원 중 막내인 헨리가 고향인 캐나다에서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이때 헨리의 친구들이 헨리의 집에 방문하자, 박나래, 기안84, 전현무 등의 패널들은 대뜸 그들의 얼굴 품평을 하기 시작했다.
박나래가 "누구예요? 아버지 친구예요?"라고 묻자, 헨리는 "아니 제 친구예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너랑 동갑이야?"(기안84), "아니 아버지 친구인 줄 알고…"(박나래)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헨리는 재차 아버지 친구가 아니라며, 친구들이 수염을 길러서 그렇고 둘 다 중학교부터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기안84는 "왜 이렇게 삭았어?"라고 재차 물었다. 자신과 동갑인 친구들이라는 헨리의 말에 전현무는 "띠동갑 아니고?"라고, 박나래는 "53년생 아니시고?"라고 거들었다.
방송 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나 혼자 산다'의 외모 품평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나 혼자 산다'는 무지개 회원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고정 출연진이 주고받는 대화와 유머에 많이 기대는 프로그램이다.
편하고 친하다는 전제하에 서로를 놀려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이전에도 있어 왔다. 물론 외모 평가도 빠지지 않았다.
그때도 일부 시청자들은 적절하지 못했다,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서로 악의가 없었고, 프로그램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었다. '나 혼자 산다'뿐 아니라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모를 소재로 웃음을 유도하는 것은 너무나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왜 또 예민하게 구냐", "프로불편러들 납셨다" 등 문제를 제기한 이들을 비꼬는 반응도 함께 나왔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 (사진='나 혼자 산다' 캡처)
이번엔 다르다. 연예인들을 향한 지나친 외모 찬사, 지적도 지양되어야 하지만, 헨리의 친구들은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연예인도 아니었다.
헨리의 친구들은 헨리 편을 위해 방송에 자신들의 모습이 나가는 것을 용인해 줬을 뿐, '유머'라며 맥락 없는 외모 품평에 동원되는 것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다.
경솔한 발언을 한 패널뿐 아니라 마치 이 장면이 재미있다는 듯 웃음소리를 넣고 '미스테리한 인체의 신비 등' 큼지막한 자막을 넣어 강조한 제작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 혼자 산다'는 생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편집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문제의 소지가 있을 만한 발언을 들어낼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고 있다.
MBC는 이전에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화면 사용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어묵과 세월호 참사를 연결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았고 사과도 했다.
거기에 신현준에게 '맨발의 기봉이' 흉내를 시키고는 웃음을 유발해 '장애인 희화화'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 방송분으로도 행정제재 '권고'를 받았다.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수준은 높아졌고, 인권 침해적이거나 모독적인 부분을 감지하는 예민함 역시 깊어졌는데, 방송가는 여전히 뒤처져 있는 모양새다.
이번 '나 혼자 산다' 외모 품평 논란 역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제작진의, 나아가 MBC의 현재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반복된다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