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진=뉴스1)
청와대는 13일 북한이 비밀 미사일 기지에서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한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뉴욕타임스가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만(Great deception)'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런 상황이 역설적으로 북미간 대화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인공위성인데 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통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면밀하게 주시 중인데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CSIS 빅터 차 한국석좌의 상업위성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북 전역에 산재한 비밀 미사일 기지 16곳에서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중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산악기지에 여러대의 미사일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숨겼다고 보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이번 인공위성 사진은 북한이 그동안 대규모 기만 전술을 펼쳐 왔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이 일부 미사일 시험자을 해체했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재래식 무기와 핵탄두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강화하는 개발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북한)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기지라는 것은 단거리용이고, 스커드와 노동미사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는 상관없는 기지"라고 밝혔다.
또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 중에 '대규모 기만'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북한이 해당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 약속한 적이 없고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게 의무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어 기만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오히려 이러한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북미간)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이같은 언급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간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고 북미가 서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민감한 시점에, 이미 한미 정보당국이 군사위성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실제로 김 대변인은 '굳이 왜 청와대가 나서서 설명을 하느냐'는 취지의 기자들의 질문에 "(뉴욕타임스에서 언급한) 기만이나 미신고 같은 내용들이 북미간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대화를 가로막고 협상테이블이 열리는 것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만을 당했고 기만의 주체는 북한이라는 것인데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에 대해 폐기나 기지 폐쇄를 약속한 적이 없다"며 "지금 평화정착을 위해 여러가지 조처가 시작됐는데 그 긴 과정에서 같이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미 폐기한 뒤 미국 사찰단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검증까지 약속했고,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핵물질 생산 핵심시설인 영변핵시설에 대한 영구폐쇄 방침까지 천명했는데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과잉해석하면 북미간 대화 동력을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밝힌 셈이다.
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가 지적한) 미사일 기지는 우리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을 뿐 이미 국방백서 등을 통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1000기 넘게 확보하고 있다고 공개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거듭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순방 동행을 위해 성남서울공항으로 출발해야했지만, 이동 시간까지 늦추고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내 적극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