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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흔든 KBO 총재 자충수…도쿄올림픽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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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 흔든 KBO 총재 자충수…도쿄올림픽 어쩌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왼쪽)이 9월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정운찬 KBO 총재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저의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습니다"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자진 사퇴를 발표하면서 남긴 말이다. 여기서 '총재의 소신'이란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반대한다는 정운찬 KBO 총재의 사견(私見)을 의미한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이후 전임 감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선동열 전 감독이 한국 야구 최초의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정운찬 KBO 총재의 취임 전 일이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전임 감독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찬성은 하지 않는다. 국제대회가 자주 있지 않거나 상비군이 없다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정운찬 총재는 전임 감독제에 대한 생각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전임 감독제 하에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는 KBO의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굳이 그런 말을 해야 했을까. 국정감사에서 말해야 했던 내용은 총재 개인의 의견이 아닌 KBO의 공식 입장이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아시안게임 전후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오지환과 박해민 등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특례와 관련된 공정성 논란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그가 전임 감독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전임 감독제를 따지는 국회의원의 시비는 야구에 대한 이해없이 비(非)논리적으로 그저 몰아붙이기만 했던 국정감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KBO의 수장이라면 보다 현명하게 대응했어야 하지 않을까.

    전임 감독제를 당장 폐지할 생각이 아니라면, 또 전임 감독제를 반대하는 주장이 충분히 합리적이라면 선동열 전 감독의 임기 이후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할 때 총재의 생각을 반영하면 되는 일이다.

    총재의 사견(私見)은 선동열 전 감독의 자진 사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정운찬 총재는 논란의 발언 이후 선동열 감독과 따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 오해를 키웠다.

    야구 대표팀 사퇴의사를 밝힌 선동열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 기자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과연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는 어떻게 될까. 누가 사령탑을 맡아 대회 준비를 총괄하게 될까.

    당장 내년 11월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프리미어12 대회가 열린다.

    전임 감독제 시행 이전에는 전 시즌 KBO 리그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2019시즌이 끝나자마자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선수 선발, 전력 분석 등 체계적으로 대회를 준비할 여유가 많지 않다.

    게다가 2018시즌 KBO 리그 우승팀 감독은 트레이 힐만이다. SK 와이번스의 우승을 이끈 힐만 감독은 내년 지휘봉을 잡지 않는다. 미국으로 떠난다.

    힐만 감독이 아닌 KBO 리그 구단 사령탑 중 누군가가, 전임 감독이 아닌 단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면 이는 전임 감독제를 반대하는 정운찬 총재가 공식선상 발언을 통해 선동열 전 감독을 쫓아낸 모양새가 더 분명해지는 결과다.

    KBO는 선동열 전 감독의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장은 향후 대표팀 지휘봉을 누구에게 어떤 절차를 통해 맡길지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했다. 전임 감독제 시행 여부도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라고 했다.

    정운찬 총재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한참이 지나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또 향후 선수 선발을 포함한 대표팀 운영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제 당장 감독 선임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KBO 총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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