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출생아 수가 3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저출산 기조 속에서도 직장 없이 육아를 전담하는 남편은 30대를 중심으로 1년째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 휴직을 하는 남편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육아를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비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중 취업도 아니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 중 '육아' 상태인 남성은 지난달 7천명으로 집계됐다.
육아 상태인 남성은 초등학교 입학 전인 미취학 아동을 돌보기 위해 집에 있는 이들을 말한다.
취업 중 육아휴직을 한 이들은 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 수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육아 상태에 속하는 남성은 최근 12개월 연속 1년 전보다 늘어났다.
작년 10월까지 3천∼4천명에 불과했던 육아 상태 남성은 작년 11월 6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2% 늘어나며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후 월별로 등락은 있지만, 올해 3월에는 1년 전보다 183.9% 늘어난 9천명을, 7월에는 1만명을 기록하면서 지난달까지 12개월째 1년 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은 육아 상태 남성 증가세를 30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한 뒤 손주를 돌보는 60대 이상 남성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혼인 건수나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기조 속에서 남성 육아가 오히려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을 보면 1∼8월 누적 출생아 수는 22만 6천명으로 1년 전보다 8.7% 감소했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3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1981년 통계작성 이후 최소다.
같은 기간 혼인 건수는 1만9천300건으로 4.0% 줄었다. 2003년(1만9천80명) 이후 가장 적었다.
역시 증가세인 남성 육아휴직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 상태 남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육아를 여성만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조금씩 깨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부문 남성 육아휴직자는 8천463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5천101명)보다 65.9%나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육아는 여성만 해야 한다는 과거의 고정관념이 점차 희석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