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수비수 김민재는 호주와 원정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장현수의 불명예 이탈로 구멍이 난 축구대표팀의 중앙 수비를 확실하게 책임지며 더욱 굳건한 입지를 확인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적어도 장현수(FC도쿄)의 빈자리는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이 경기는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원정 평가전이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아쉬운 동점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전반 21분 황의조(감바 오사카)에 나온 선제골로 승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무승부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는 결과다.
무엇보다 이 경기는 이달 초 병역 특례를 받은 뒤 봉사활동 관련 자료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 장현수가 국가대표 선발자격을 영구 박탈당한 뒤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벤투 감독이 대체 자원을 누굴 뽑을 것이며, 또 그 선수가 어떤 활약을 할 것인지 기대가 컸다.
벤투 감독의 선택은 예상대로 김민재(전북)였다. K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혜성같이 축구대표팀에 등장했던 김민재는 비록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의 꿈은 접어야 했지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그리고는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당연히 승선했다.
김민재는 아시아축구연맹에서 경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럽 출신 선수들이 대부분인 호주를 상대로 안정감있는 경기를 선보였다.(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은 장현수 없이 치르는 첫 경기였던 호주전을 앞두고 김영권(광저우 헝다)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새로운 축구대표팀의 수비 구성을 예고했다. 그의 파트너로는 김민재가 나섰다.
김민재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이미 검증된 자원이라는 점에서 장현수의 빈자리를 대신할 가장 유력한 자원으로 꼽혔다. 큰 키와 영민한 움직임으로 차세대 한국 축구의 리더로 꼽혔던 만큼 ‘탈(脫)아시아급’ 기량과 체격조건을 가진 호주 공격수를 상대로 벤투 감독이 무패흐름을 이어가려는 선택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영권은 노련하게 수비를 지휘했고, 김민재는 초반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뒤 패기있는 모습으로 호주 공격진을 저지했다. 특히 김민재는 전반 21분 황의조의 선제골을 만드는 패스로 수비 외적인 재능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후반 교체된 이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자신의 빈자리가 더욱 두드러지기도 했다.
종료 직전에 나온 아쉬운 동점골에 비록 승리는 아니었지만 벤투 감독에게 호주와 평가전은 김영권과 김민재라는 새로운 수비 조합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있는 결과가 됐다.
20일 열릴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역시 벤투 감독에게는 새로운 수비 조합을 실험한 기회다. 이 경기에서도 김민재가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다면 장현수의 공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