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주범인 화력 발전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정작 발전소는 추가 건설하며 화력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일 올 가을 첫 비상저감조치를 내리면서 화력발전 출력을 80%로 제한하는 발전량 상한제약도 처음 시행했다.
유연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의 매연은 대표적인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의 국내 요인 가운데 발전소 매연의 비중은 15%에 달해서 '사업장(38%)', '건설기계 및 선박(16%)'에 이은 세 번째로 '경유차(11%)'보다 더 심각하다.
특히 외교적 문제 등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중국발(發) 미세먼지나, 민간부문에 있는 사업장·항만 등에 비해 화력 발전은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 중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전후 '탈원전'과 함께 '탈석탄'을 공약하면서 신규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석탄 화력발전을 규제하겠다는 '미세먼지 없는 푸른 대한민국'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정책소개 사이트인 '문재인 1번가'에서 전체 공약 가운데 5번째로 '좋아요'를 많이 받을만큼 시민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대형 석탄 화력발전소 7기(7300MW)를 더 짓고 있어 미세먼지 대책의 앞뒤가 맞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발표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이후 8차 전력수급계획까지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7기를 폐쇄한다지만, 폐쇄될 석탄화력 규모는1500~2800MW에 그친다. 석탄 화력발전량은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는 애초 2025년까지 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려던 기존 계획의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 사실상 현 정부 들어 새롭게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조치는 아직 이뤄진 바 없다.
더 나아가 '탈원전·탈석탄' 공약에 후퇴 조짐도 엿보인다. 애초 문 대통령은 현재 전체 전력 생산량의 1.1%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정부 에너지 정책에 자문하는 민간자문가 모임인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40%로 수정하도록 권고했다.
당초 워킹그룹은 40%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하면서 조건에 따라 25%까지 목표치를 낮추는 시나리오를 제시해 사실상 목표수준을 크게 완화했다.
산자부 측은 아직 재생에너지의 경제성·효율성이 만족스럽지 않은 가운데 '탈원전'과 '탈석탄'을 계획대로 병행하면 기업 등에 부과되는 전기요금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 등으로 목표 완화를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배여진 활동가는 "미세먼지가 극심한 가운데 당연히 석탄화력은 줄여야 한다"며 "하지만 전기를 써야 하니 재생에너지를 써야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워킹그룹의 권고대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완화된다면 이것은 매우 느슨한 수준의 목표"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다면 국민을 설득해 더 빠르게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올리기 어렵다면 석탄 화력 중심인 기존의 기저발전을 재생에너지로 교체할 동안 '브릿지(다리)' 역할인 LNG를 이용한 화력발전 비중을 좀 더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