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 하루 전인 지난 18일. 이 지사는 경찰을 맹비난하며 경찰이 제시한 증거의 '허접함'을 지적하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에 여론조사를 시작했다.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공유 사진을 캡처해 카스에 올리기보다 원본사진을 카스에 바로 공유하는 게 더 쉬우니 동일인 아님(변호인 주장)'과 '트위터 공유 직후 곧바로 캡처해 카스에 공유했으니 동일인(경찰 주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19일 오후 종료된 투표 결과는 이 지사로선 충격적이었다. 경찰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81%로 훨씬 높게 나온 것.
(자료 사진)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싸늘하다. 싸늘해진 여론은 온라인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혜경궁 김씨' 논란에 대한 이 지사의 첫 입장 표명이 있었던 19일, 오전 내내 이 지사의 검색어 순위가 10위권 밖에서 맴돌았다.
그동안 여러 의혹이 제기되거나 수술실 CCTV 설치 등 논란이 됐던 도정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했을 때와는 대조적이다.
예기치 못한 '혜경궁 김씨'의 역습에 이 지사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야권은 연일 이 지사의 거취를 압박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고, 여당인 민주당도 외면하진 않지만 선뜻 이 지사를 옹호하려는 움직임도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 역시 "당이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여의도내 입지가 약했던 이 지사로서 이같은 기존 정치 기득권의 공세는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사실 항상 그래왔다.
하지만 정작 이 지사로서 가장 뼈아픈 현실은 여론의 '이반' 움직임이다. 그동안 의혹이 제기되거나 위기 때마다 소위 정치 기득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당할 때에도 이 지사는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버틸 수 있었다.
실제 이 지사는 스스로 'SNS 정치인'이라 자청할 정도로 이른바 '손가혁(손가락 혁명군)'으로 불리는 열혈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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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로 승부' 이재명 "재판 이기고 도정 성과 낼 것"이 지사에게 있어 앞으로의 여정은 그 어느때보다 고독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지사는 이 싸움에서 "정치 공방이 아닌 일로 승부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췄다.
앞서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에서 "저열한 정치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지금보다 더 도정에 더 집중해서 도정 성과를 통해 정치공세에 대해 답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이 발언에는 자신을 향한 모든 공세를 '이재명 흔들기'를 위한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그와는 별개로 "누가 더 국민을 위한 정치인인지 일로 보여주겠다"는 자신감도 내포돼 있다.
이 지사의 이같은 자신감은 분양원가 공개나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정책들이 국민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복지정책 등에서도 민주당내 가장 친서민적이면서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지사로서는 재판도 이기고 도정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이 지사측과 경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법정 공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법조계에선 양쪽 다 정황 증거를 놓고 하는 싸움이라면 이 지사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더해 지난 8년 동안의 성남시정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정에서도 성과를 낸다면, 무혐의와 더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시 한 번 지지층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기 위해서는 "SNS가 족쇄가 됐다"는 이 지사의 말대로 이제는 진정한 '성과'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평론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재명 지사가 만약 법원에서 무죄를 받게 되면 사람들은 왜 죄가 없다는데 이 정권은 이재명을 죽이려 하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고, 여권에서도 지지층이 갈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지사는 민주당내에서 소득불평등이나 소득격차, 한국사회의 개혁 등에 대해 가장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런 기조로 경기도정을 꾸준히 이어가다보면 젊은 지지층들을 중심으로 팬덤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 지사가 대선에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