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진혁(왼쪽부터), 이엘리야, 장나라, 신성록이 20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신데렐라 스토리를 벗어나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여성의 이야기가 브라운관에 펼쳐진다. SBS 새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대한제국 황실에 얽힌 비리와 음모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청률 제조기 김순옥 작가와 '리턴'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주동민 PD의 신작이라 관심이 더욱 뜨겁다.
장나라는 극중 뮤지컬 배우 출신 대한제국 황후 오써니 역을 맡아 열연한다. 오써니는 순수한 인간애와 정의감으로 무장한 인물로 부패한 대한제국 황실을 몰락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황후의 품격' 제작발표회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6회까지는 개그 담당인데 사건에 따라서 굉장히 감정적으로 깊은 연기나 휘몰아치는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이 많이 나는 드라마였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오써니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드라마 캐릭터 중에서는 가장 비극이나 트라우마가 없는 인물이다. '땜빵' 전문 뮤지컬 배우로 설정한 것도 이 캐릭터가 얼마나 생명력이 있는지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택했다"면서 "코믹한 부분에서는 내가 내려 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재미있게 보여 드리려고 애썼다"라고 설명했다.
장나라와 호흡하는 최진혁은 황실 경호원 나왕식·천우빈 역을 연기한다. 나왕식·천우빈 캐릭터는 황실이 어머니의 죽음을 은폐한 것을 알고 복수를 꿈꾸며 잠입하는 인물이다.
최진혁은 "대본이 전작과 비교해 보면 깊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장나라와도 개인적으로 친해서 누나와 캐스팅되기 전에도 연락을 많이 했었다. 자연스럽게 황후의 품격에 합류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경호원 캐릭터를 위해 몸을 만들고 액션을 연마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목검 액션을 선보이는 촬영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최진혁은 "제작발표회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너무 죄송하다. 목검 액션을 하다가 눈 부위가 찢어져서 병원에 갔는데 30바늘 정도 꿰맸다. 일주일 정도 뒤에 실밥을 풀면 괜찮을 것 같다. 첫 방송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촬영하다가 마무리를 못하는 이런 상황이 생겨서 죄송스럽고 유감스럽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황후의 품격'은 '리턴'의 주동민 PD와 김순옥 작가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간 주말드라마에서 활약해 왔던 김순옥 작가가 '황후의 품격'으로 수목드라마의 트렌디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주말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자극적인 '막장' 소재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들과 주동민 PD는 김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주 PD는 "국내에서 가장 재미있게 글을 써주시는 김순옥 작가님의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고자 한다. 작가님의 기획의도는 오써니 캐릭터가 위선으로 가득한 권력 체계를 개혁하는 것"이라며 "배우들이 위험한 장면들도 몸을 사리지 않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전했다.
장나라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시놉시스도 거의 책 한 권이었고, 대본도 다섯권인가 여섯권이 있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전부 읽었다"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들, 부수려고 하는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엄청난 생동감과 생명력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부패에 찌든 대한제국 황제 이혁 역의 신성록은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가장 큰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막장'이나 '선정성'을 우려하시지만 기존에 답습돼왔던 것이 아닌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작은 캐릭터들까지도 정확한 서사가 밀도있게 짜여 있다.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춰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고 다음회가 기다려지는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들에서는 주인공보다 강렬한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핵심 악역들이 주목 받아 왔다. 이번에 주인공 오써니와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이엘리야가 연기하는 민유라 역이다. 민유라는 황제전 비서팀장으로 신분 상승의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이엘리야는 "지금 29살인데 20대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내가 20대에 겪어 온 처절함과 아픔을 민유라를 통해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드라마에는 악역들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갖는 부담감은 없다"며 "다만 남모르게 악역 캐릭터를 쌓아 왔기 때문에 이 시기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민유라라는 삶을 진실되게 잘 표현하고 싶은 목표 뿐"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제작진과 배우들 간 소통의 문제도 화두였다. 주동민 PD가 진두지휘한 '리턴'은 최종 17%라는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당시 주연 배우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주연 배우였던 고현정의 갈등이 깊어져 하차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현장 책임자와 주연 배우 사이 소통의 부재가 낳은 아쉬운 결과였다.
주 PD와 '리턴'에서 함께 했던 신성록은 "문제가 있었다면 내가 연속해서 작품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역할에 대해 계속 상의하고 있고, 의사소통도 잘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순옥 작가님도 함께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좀 취한 상태에서 두 분이 한 작품만 더 하면 좋겠다고 그랬다. 두 분의 예술성이 합쳐지니까 굉장한 시너지가 나면서 잘 맞는다. 그랬더니 이 작품의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SBS 드라마 스페셜 '황후의 품격'은 오는 21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