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에서 미국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우리 정부가 목표로 했던 연내 착공식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15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11월 말~12월 초 착공식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졌지만, 정부는 연내 착공식을 위해 미측과 남은 쟁점을 정리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다만, 북미 대화가 진전이 있지 않는 한 착공식은 상징적인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미국의 지지 얻은 남북 철도공동조사우리측 워킹그룹의 단장인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첫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강력히 지지한다(strongly support)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남북은 판문점선언의 합의 내용에 따라 경의선 북측구간 철도에 대해 현지공동조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유엔사의 통행계획 불허로 무산됐다.
당시 유엔사가 군사분계선 통행을 불허한 배경에는 미국 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측 기관차에 우리측 객차를 6량을 연결해 현지조사를 하려 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북측에 제공하게 되는 원유 등 물자가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고 북미관계에 비해 남북관계만 앞서나간다는 불편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워킹그룹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아 후자의 이유에 대한 우려는 상당부분 불식돼 정부는 연내 착공식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남아 있는 과제는 현지조사의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조율하기 위한 '기술적 문제'다.
이도훈 본부장은 "우리 정부는 연내에 철도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일부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에 대해 워킹그룹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고 사소한 문제이지만 깔끔하게 넘어가기 위해 이야기 하는 것이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기술적 문제 해결에 시일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비핵화 진전 없다면, 착공식 성사되도 무의미그럼에도 북미대화가 교착에 빠진 상황이라 연내 착공식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의 상호관계에 뒤처져선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말했다"며 "우리는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2인승 자전거(tandem)라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남북관계만 앞서나가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로도 보인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미국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은 이해한다는 것이지만, 북한과의 고위급 혹은 정상 간 회담 조율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고 분석했다.
따라서 기술적 부분의 조율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여하에 따라 철도연결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의 진척이 없다면 착공식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남북이 본격적인 철도 현대화 작업에 착수할 수도 없다. 공동으로 협력사업에 나서려면 현행 대북제재의 예외나 면제가 필수적인데, 현 상태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응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내 착공식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상당기간 동안 북한 스스로의 자체공사나 남북의 추가적인 현지공동조사 정도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선임연구위원은 "착공식 이후라 하더라도 바로 제재에 위반되는 철도 연결 공사가 진행될 수는 없다"며 "북한이 자체 노동력을 통해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그 사이 비핵화의 진전이 있다면 남북이 현대화 작업에 착수하면 된다. 워킹그룹에서 우리 측이 이러한 논리로 미국과 조율에 나섰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