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광주시 북구 삼각동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하교 하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광주CBS 박요진 기자)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차량을 통제하던 70대 할머니가 수학여행을 떠나던 관광버스에 치여 숨진 것과 관련해 해당 사고가 사실상 인재라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21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숨진 A(77·여)씨는 광주시 북구 삼각동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 내 편도 2차선 도로에서 2차로에 불법 주정차된 수학여행 관광버스를 피해 다른 차량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1차로 쪽에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대기 중인 관광버스 4대 중 2대가 사고가 난 횡단보도를 중간에 두고 주차된 상황에서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와야 하는 A씨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제는 광주지역 상당수 초·중·고등학교가 운동장이 좁아 관광버스를 주차할 수 없거나 대형버스 진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처럼 학교 주변에 불법 주정차한 상태에서 체험활동이나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을 버스에 탑승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다른 학생들의 등학교가 이뤄지는 시간대에 이와 같은 행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주시 교육청은 학교에서 버스에 탈 수 없어 외부에서 대형버스에 승하차시킬 경우를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나 관계기관의 협조 없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버스에 타고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에 앞서 광주시와 광주시 교육청, 광주지방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2018년 10월과 11월을 수학여행 안전대진단 기간으로 정하고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광주시의 경우 이용섭 시장까지 나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실제 사고 당일에도 광주시에서는 재난예방과 소속 공무원과 안전 모니터링 봉사단 소속 학부모들을 현장에 나타났지만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시 북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사진=광주CBS 박요진 기자)
경찰 역시 수학여행 차량과 관련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잠시 동안 보여주기식 활동을 벌이는 데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학교에서 요청해올 경우에 한해 교통통제나 버스기사에 대한 음주측정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고 버스에 탑승해 확인해본 결과 차량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센서나 거울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특히 덩치가 작은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경우 비슷한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점검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이번에 사고와 관련된 스쿨존 교통지원사업의 경우 만 65세 이상과 기초노령연금 수령자라는 최소한의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7만 원에 그쳐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노인들의 경우 다른 일자리 사업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70대 이상의 고령 노인들이 교통통제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1700여 명 늘어 관련 예산도 1억 1000여만 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스쿨존 교통지원사업에 나서는 노인들에 대한 안전장비 역시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노란색 조끼와 모자, 깃발 등만 주어져 아이들이 차량과 부딪힐 우려가 생길 경우 일부 노인들은 자신의 몸으로 차량을 막으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시 북구청 관계자는 "교통지원사업에 투입할 노인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면접과 함께 10시간의 안전교육을 진행한다"며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확대하고 장비를 보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