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하)들이 21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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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야당의 전면 보이콧 이틀 만인 21일 공공기관 고용세습 국정조사와 윤창호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하며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합의의 물꼬가 트이면서 그간 난항을 겪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구성 등도 합의했지만,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10일 앞두고 합의가 되면서 졸속 심사는 피하기 어려워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한 후 이날부터 예결위를 비롯한 모든 위원회 활동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합의내용은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정기국회 후 실시 △윤창호법과 사립유치원 관련법 등 민생법안 처리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무쟁점 법안 90건은 23일 본회의 처리 △여야정상설협의체 합의 법안 정기국회 내 처리 등 총 6건이다.
야4당이 민주당에게 수용을 요구했던 고용세습 국정조사는 조사 자체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조사 기간을 두고는 범진보 진영과 보수 야당 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성태, 김관영 원내대표는 "2015년 이후 3개년 간 발생한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언급한 반면 윤소하 원내대표는 "조사 대상 기간이 2015년 1월 이후 발생한다고 말한 것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일어난 2012~2013년 기간까지 포함해서 모두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민주당과 평화당도 "강원랜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해 향후 국정조사 계획서 작성을 위한 특위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홍영표 원내대표는 "범위를 무제한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특정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밝혀진다면 그 이전 것이라도 얼마든지 합의해서 (조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며 2015년 이후 건만 조사하더라도 향후 추가 조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보수야당이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얻은 대신 여당은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처리를 이끌어낸 모양새다.
정수 조정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예결위는 이날 오후부터 바로 전체회의와 간사회의, 소위 회의를 예고하며 재가동에 들어갔다.
예결위 가동의 발목을 잡았던 예산조정소위 정수가 민주당안대로 7명(민주), 6명(한국), 2명(바른미래), 1명(비교섭)으로 합의됐기 때문이다. 당초 전망과 달리 비교섭단체는 평화당 몫으로 돌아갔다.
다만 전체회의는 열린 반면 합의 무산을 고려해 다른 일정을 잡은 의원들 때문에 소위 성원이 되지 않았고 기획재정부도 갑자기 국회 출석을 할 수가 없는 관계로 실질적인 심사는 22일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여야의 예결위 즉시 가동에도 불구하고 법정 처리시한까지 남은 시간이 10일에 불과해 470조원 규모인 '슈퍼 예산' 처리에 대한 졸속심사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15일부터 심사를 시작했어야 했지만 소위 구성을 놓고 여야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일주일 가량을 통으로 날렸기 때문이다.
민생법안 중 사립유치원 관련법은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박용진 3법'을 포함해 각 당이 준비 중인 관련 법안들을 통틀어서 논의해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본회의 무산으로 처리하지 못했던 90여 건의 무쟁점 법안 오는 23일 오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야당의 반대로 미뤄졌던 김성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또한 이번 정기국회 내 실시하고, 보고서를 처리하기로 했다.
지난 5일 여야정 상성협의체에서 합의한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중단됐던 교섭단체 3당 실무협의를 재가동 해 정기국회 내에 관련법들을 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실무협의체와 관련한 3당 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 회의는 2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또 하나의 난제였던 사개특위 소위 구성도 가닥이 잡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법원법조소위는 한국당이, 검찰경찰소위는 바른미래당이 소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렵게 이뤄낸 합의였지만 여야는 서로 자신들이 양보한 것이라며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번 합의에 대해 "국회가 더 이상 파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여당이 대폭 양보했다"며 "앞으로 예산안을 차질 없이 처리하고 여야가 함께 우리 민생과 경제를 위해 합의한 법안을 최대한 많이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예결소위 구성을 두고 "대승적인 연말 국회 마무리를 위해 제가 많이 양보했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야당이 한 발씩 양보를 한 점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며 "국회가 정상화 돼 다행이다"라고 김성태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한편 공이 사법부에서 국회로 넘어 온 사법행정권 남욕 의혹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별도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탄핵소추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지만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