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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그냥, 공연만 보면 무슨 재민겨'

    배우고, 쓰고, 대화하고, 무대 오르는 참여형 이벤트
    관객은 재미·감동↑ … 제작사는 신규 관객 확보 및 마니아 양성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백 스테이지 투어. (자료사진= 황진환 기자/노컷뉴스)

     

    극장에 앉아 보고 듣기만 하는 방식의 공연 관람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됐다.

    최근에는 작품 콘셉트와 연계된 이벤트를 만들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재미와 감동을 배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간 관객 참여형 이벤트를 가장 잘 활용했던 공연은 지난 8월 막을 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였다.

    뮤지컬 작품 하나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특징과 개성을 살려 '백스테이지 투어' '탭댄스 클래스' 등의 이벤트를 지난 3년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공연의 감동을 더욱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이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신규 관객을 발굴하는 기회가 됐다.

    제작사 CJ ENM은 관람객 64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과거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관람한 적 없는 신규 관객 비율이 86%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발판 삼아 최근 공연들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관객들을 공략하는 시도가 보인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 (사진=CJ E&M 제공)

     

    이달 초부터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공연 특색에 맞는 관객 참여형 이벤트 '원데이 클래스 - 보컬, 드로잉, 캘리그라피'를 개설했다.

    이 중 '보컬 클래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두 차례 예정된 수업 중 첫째 날은 벌써 매진됐을 정도이다.

    '옛사랑', '소녀', '붉은 노을' 등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으로 꾸며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을 활용해 관객이 직접 노래를 배우고 부르도록 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시적인 노래 가사를 손글씨로 직접 담아내어 공연의 감동과 여운을 더욱 오래 간직하게 한다는 의도의 '캘리그라피 클래스' 역시 반응이 뜨겁다.

    '뮤즈드 랭보'. (사진=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지난달 23일 개막한 뮤지컬 '랭보'도 공연 특색에 걸맞은 참여형 이벤트를 기획했다. 프랑스 문단의 천재 시인 랭보의 감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전시, 체험 공간인 '뮤즈드 랭보'이다.

    특히 공연장 로비에 마련된 체험 공간의 경우 'Write of Poem'이라는 주제를 종이로 표현한 공간에서 각자의 글(시)을 벽에 걸 수 있도록 연출했다.

    공간을 둘러싼 아카이브 월은 관람객들의 직접 쓴 글로 가득 채워질 예정이다.

    제작사(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와 해당 공간을 디자인한 마음 스튜디오(Maum Studio) 측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시인 '랭보'가 관람객 각자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획한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마틸다'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현장. (사진=신시컴퍼니 페이스북 캡처)

     

    지난 9월부터 LG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마틸다'의 경우는 지난달 스타필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뮤지컬과 북콘서트의 콜라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는 뮤지컬의 원작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동문학자인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이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북콘서트에는 인기 북튜버 책읽찌라와 뮤지컬에 출연 중인 배우 최정원 등이 참여해, 책과 함께 뮤지컬을 동시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관객 참여형 이벤트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관객을 무대로 올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이달부터 공연 중인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공연 전 관객 한 명을 무대 위에 올려 무대 보수를 돕게 한다.

    무대에 오른 관객은 사진 속 배우들처럼 소품을 붙잡고 한참을 뻘줌하게 대기해야만 한다. 사진은 무대 소품이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으로, 공연 중 한 장면이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뭔가 점점 잘못되어 가고 있는 연극'이란 뜻의 이 연극은 극중극 형식의 작품으로,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가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연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공연하려 하지만 무대 소품이 계속 무너지는 등의 사고가 공연 내내 이어지면서 관객을 포복절도하는 코미디이다.

    무대감독 역할을 맡은 배우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오른 관객은 자꾸만 벽에서 떨어지는 무대 소품을 붙잡고, 한참을 뻘쭘하게 서 있어야만 한다.

    공연 시작 전부터 뭔가 이 연극은 잘못되어 가는 조짐이 있다는 상황을 관객들에게 인지시키는 신호인 셈이자, 관객에게 선사하는 측별 이벤트이다.

    '쿠자'의 액트 중 하나인 '휠 오브 데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 '쿠자'는 액트와 액트가 전환되는 사이에 남녀 관객 1명씩을 무대로 올리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한다.

    다음 액트로 전환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이때 관객이 무료하지 않게 진행되는 이벤트이다.

    남자 관객에게는 춤을 추게 하고, 여자 관객에게는 보자기 속에서 근육질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익살스러운 추파를 던지는 다소 짓궂은(?) 이벤트이지만, 본 공연 못지 않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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