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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중회화 진수 보여준 '기사계첩' 국보 승격

문화재/정책

    조선 궁중회화 진수 보여준 '기사계첩' 국보 승격

    숙종 59세 기로소 입소 행사에 참석한 관료들, 궁중화원에 의뢰해 만들어

    기사계첩(보물 제 929호) (사진=문화재청 제공)

     

    18세기 조선의 대표 궁중회화인 '기사계첩'(耆社契帖)이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조선 시대 대표적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새로이 지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사계첩'은 1719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시행됐지만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됐다.

    '기로소'는 노년의 문관들을 우대하던 기관으로 원래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관료들이 입소하지만 왕의 경우 태조 이성계가 60세로 들어간 전례에 따라 숙종도 빠르게 입소했다.

    계첩은 기로신 중 한 명인 문신 임방(1640~1724년)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년)의 발문 등이 있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

    기사계첩 기로신 초상화 (오른쪽: 이유, 왼쪽 김창집) (사진=문화재청 제공)

     

    또한,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계첩의 크기는 세로 79cm, 가로 59.5cm이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총 5장으로 구성된 궁중행사도는 경희궁 흥정당에서 기로소에 어첩을 봉안하러 가는 행렬을 그린 '어첩봉안도', 기로신들이 경희궁 숭정전에서 진하례를 올리는 장면이 담긴 '숭정전진하전도', 경현당에서 왕이 기로신들에게 베푼 연회 광경이 묘사된 '경현당석연도' 등이다.

    이 계첩은 조선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평가된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 장태흥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 찾기 어려운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제진언집 목판', '묘법연화경' 3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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