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야(野) 4당이 요구한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전격 수용하면서 민주당과 박원순 서울시장 사이의 불편함이 점증하는 모양새다.
국회 난맥상을 풀어갈 다른 방법들이 있음에도 박 시장에게 포화가 집중될 것이 자명한 국정조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국정조사 합의 당일인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조사 성사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강원랜드 권력형 비리에는 눈감으면서, 마치 권력형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민생을 인질로 삼은 정치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맹비난한 반면 여당에는 "국회 파행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절박한 민생을 고려한 고심 끝 결론일 것"이라며 존중한다고 밝혔다.
모처럼 강하게 야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여당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지만 속내는 이와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조사 범위에 서울교통공사 뿐 아니라 강원랜드까지 확실히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은 조사 범위에 강원랜드가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2015년 1월 이후 발생 건에 대해서만 조사가 진행된다고 풀이했다.
보수야당 주장대로라면 2012~2013년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게 될 테고, 상대적으로 서울교통공사로만 관심이 쏠리게 된다.
정의당이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대한 공세의 날을 갈고 있기 때문에 적절히 이슈가 분산될 것을 예상한 박 시장 측으로서는 적잖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내년도 예산안을 볼모로 펼친 부당한 정치공세"라며 국정조사의 성격을 규탄했으며 박 시장의 측근인사로 알려진 민주당 박홍근 의원도 국정조사 합의에 대해 "참으로 유감이고 안타깝다"며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자 당내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여당이 노동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한국노총 행사에 참석해 자신을 노동 친화적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차별화를 꾀한 것이 이른바 '괘씸죄'를 불러 온 것이라는 해석이 다시 나오고 있다.
평소 참석하던 행사이던 만큼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탄력근로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등의 언급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오늘 정치인이 아무도 안 보인다"며 면박성 발언만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한국당이 공공연히 "안희정, 이재명 다음은 박원순"이라며 여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대권주자급 인사 보호에 너무 소홀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이 어쩔 수 없이 국정조사에 합의했다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박 시장을 방어해 주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용단을 내리는 그런 모양새가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하나의 정치적 타협물로 국정조사가 수용되니 불쾌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국정조사 기간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달 채택될 예정인 국정조사 계획서를 두고 민주당이 강원랜드 포함을 강하게 주장하며 박 시장 보호에 나설 경우 관계가 호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