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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의인 "'아빠 최고'... 아이 칭찬에 제일 행복하네요"

사회 일반

    택배 의인 "'아빠 최고'... 아이 칭찬에 제일 행복하네요"

    퇴근 길에 세워진 연기나는 차...
    클랙슨 소리에 '사람 있구나'
    폭발 위험 무릅쓰고 운전자 구조
    아이 셋 아빠...소방서서 표창장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동운(택배 의인)

    여러분, 상상해 보세요.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도로 밑 논두렁에서 자동차 한 대가 활활 타오릅니다. 경적을 울리는 걸로 봐서는 그 안에 분명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그 활활 타오르는 승용차 안으로 맨몸으로 뛰어드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신고는 당연히 하겠죠. 하지만 과연 맨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사람을 구해낼 용기? 글쎄요. 막상 이게 현실로 닥치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그런데 전북 고창에서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습니다. 지금 동영상이 공개가 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택배 기사 의인.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유동운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유동운 씨, 안녕하세요?

    불타는 승용차에서 운전자를 구조 중인 택배기사 유동운(35)씨 (블랙박스 영상 캡처)

     

    ◆ 유동운>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 유동운> 네, 다행히 없이 열심히 또 일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택배 차를 타고 어디를 가시는 길인가 했더니 택배 기사세요. 일을 하는 중이셨어요.

    ◆ 유동운> 네, 일을 마무리하고 이제 터미널 복귀하는 중이었죠.

    ◇ 김현정> 복귀하는. 그런데 뭐가 보이던가요?

    ◆ 유동운> 그날 저쪽에서 전혀 차가 있으면 안 될 자리에 차가 한 대 있는데 연기가 나고 있더라고요. 안에 인기척이 없는 것 같아가지고 운전자가 나왔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안에서 클랙슨을 누르신 거예요.

    ◇ 김현정> 빵빵 빵빵 하고.

    ◆ 유동운> 그 소리 듣자마자 사람 있다 하고 바로 뛰어 내려간 거죠.

    ◇ 김현정> 저도 동영상 봤거든요. 불길이 이미 본네트라고 하죠, 보닛. 보닛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앞좌석까지 거의 이렇게 불길이 창문으로 치솟는 것 같던데 그게 만만한 상황은 아니에요. 일단 사람이 불을 보면 조그마한 성냥불도 이게 무섭거든요, 현실에서 마주치면. 두려움 같은 게 없으셨어요?

    ◆ 유동운>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먼저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더 커버리니까. 운전자분이 보조석 쪽으로 이렇게 기울어가지고 쓰러져 있는 게 보였죠.

    ◇ 김현정> 아..운전자가 보조석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누워 있는 건 왜 그런 거죠? 부상을 당한 거였습니까 아니면 불길 때문입니까? 왜 그랬을까요?

    ◆ 유동운> 영상에서 보시면 높이가 좀 있어요. 도로하고 논하고. 굴러 떨어지면서 충격을 많이 받으셨죠.

    ◇ 김현정> 그렇군요.

    ◆ 유동운> 그 당시에 에어백 터지고 막 했으니까.

    ◇ 김현정> 그래서 옆으로 쓰러진 채 살려달라고 SOS를 치고 있는 상황. 보고 바로 문 여셨어요?

    ◆ 유동운> 가자마자 제일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고. 혹시 혼자냐고 아니면 누구 있냐고 먼저 물어봤죠. 왜냐하면 차가 불타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또 뒤에 있으면.

    ◇ 김현정> 혹시라도 누가 밑에 쓰러져 있거나 이럴까 봐.

    ◆ 유동운> 다행히 혼자라고 하셔가지고 그렇게 끌고 나오게 된 거죠.

    ◇ 김현정> 끌고 나와서 그분을 눕혀놓고 차는 얼마만에 터졌습니까?

    ◆ 유동운> 다행히 차는 뻥하고 터지지는 않았어요. 저도 걱정했던 게 그거였는데 조용히 앞에서부터 쭉 타들어가더라고요.

     

    ◇ 김현정> 다 탄 차량 제가 봤거든요. 그랬더니 정말 완전히 탔어요, 새카맣게 뼈만 남은. 그러고 나서 얼마 만에 119가 왔어요?

    ◆ 유동운> 거리가 되게 멀어요. 빨리 와도 한 15분?

    ◇ 김현정> 그러면 15분 안에 선생님이 문 열고 운전자, 부상당한 운전자를 구해내지 않았으면 차가 다 탄 다음에 왔을 수도 있네요?

    ◆ 유동운> 그렇죠.

    ◇ 김현정> 세상에.

    ◆ 유동운> 그래서 제가 뛰어들어간 거죠.

    ◇ 김현정> 아찔합니다. 나중에 완전히 타버린 차 보면서는 어떤 생각 드시던가요?

    ◆ 유동운> 한 가지밖에 없죠. 빨리 구하기를 잘했다.

    ◇ 김현정> 잘했다. 이 일이 벌어진 게 11월 초인데 한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이라는 사이트에 이 영상이 올려지면서 유명해지신 거죠.

    ◆ 유동운> 그렇죠. TV 뉴스마다 다 제 얼굴이 나오고 한동안 연락 안 하던 지인분들도 다 전화 오고 (웃음)

    ◇ 김현정> 그래요. 결혼하셨어요?

    ◆ 유동운> 애가 셋이에요.

    ◇ 김현정> 애가 셋이에요. 가족들은 뭐라고 합니까?

    ◆ 유동운> 그날 집에 가서 이제 밤에 이야기를 했더니 와이프는 제가 온몸이 쫄딱 젖어가지고 오니까 무슨 일이냐고. 처음에 화가 나 있었죠.

    ◇ 김현정> 화를? 왜?

    ◆ 유동운> 잘못했으면 아빠 없는 아기를 만들 뻔했으니까 처음 반응은 그거였죠.

    ◇ 김현정> 여보, 애 셋이나 달린 사람이 차 터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요 이러면서.

    ◆ 유동운> 그죠(웃음) 가족이 우선인데 어쨌든 와이프 입장에서는.

    ◇ 김현정> 이해돼요, 저는 이해돼요.

    ◆ 유동운> 그렇죠. 그게 더 크니까 그랬는데.

    ◇ 김현정> 그래요. 지금은?

    ◆ 유동운>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 되서는 대단하다고 고생했다고.

    ◇ 김현정> 표창장 얼마 전에 받으셨더라고요. 어디서 받으신 거예요?

    ◆ 유동운> 고창소방서에서 표창장을 주셨어요.

    ◇ 김현정> 그 사진 찍은 걸 보니까 아이들 셋 다 같이 가서 찍으셨던데. 아이들이 뭐라고 그래요?

    지난 19일 고창소방서에서 표창장을 받은 유동운 씨가 가족들과 기념 촬영에 나선 모습. (사진=유동운 씨 제공)

     

    ◆ 유동운> 3명이 뛰어나와 가지고 아빠 최고 하면서 끌어안아주니까 그게 제일 행복했죠.

    ◇ 김현정> 아빠 최고. 몇 학년입니까?

    ◆ 유동운> 지금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고요. 둘째 2학년 그 다음에 3살 막내.

    ◇ 김현정> 아이고. 아빠 최고 하면서 뽀뽀해 주는 거. 이거 이상 상이 어디 있어요.

    ◆ 유동운> 그렇죠.

    ◇ 김현정> 택배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유동운> 지금 이제 3년 조금 넘었어요.

    ◇ 김현정> 3년 조금. 그 차 타고서 무거운 상자 날라도 1000원 미만 이렇게 받는... 넉넉한 삶은 아니신 거잖아요, 사실.

    ◆ 유동운> 그렇죠. 애 셋 키우면서 부자가...(웃음 ) 저는 그냥 서민입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런데 저는 우리 유동운 씨 이야기 쭉 들으면서 이분은 진짜 마음이 부자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달리고 있는데 또 그런 차를 발견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발견했어요. 그럼 똑같은 상황에서 나는 또 뛰어들 것이다?

    ◆ 유동운> 그렇죠. 제가 생각하기로는 저 말고 다른 분이 그 앞에 그 시간대에 지나가셨다면 충분히 뛰어들었을 상황이라고 저는 믿고 있으니까요.

    ◇ 김현정> 누구라도 사람이라면 그걸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씀이세요?

    ◆ 유동운> 그렇죠.

    ◇ 김현정> 아니에요. 많이 지나칠 겁니다.

    ◆ 유동운> 저는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요 (웃음)

    ◇ 김현정>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구나. 이런 생각 들고요. 어디서 선물 준다는 데는 없어요?

    ◆ 유동운> 선물이요? 아직은... (웃음) 또 그런 걸 바라고 한 것도 아닌데 받기에는 제가 또 부담이 되고.

    ◇ 김현정> (웃음) 그래요. 잘하셨고요, 잘하셨고요. 유동운 씨, 앞으로도 이런 선한 영향력을 피는 우리 이웃으로 남아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제가 대표해서 감사드릴게요.

    ◆ 유동운> 아이고, 아닙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유동운> 네.

    ◇ 김현정> 택배 기사 의인으로 지금 통하고 있죠. 전북 고창의 유동운 씨였습니다.


    < 속기 = 한국스마트속기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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