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 에 참석한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장, 반올림 황상기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 후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열고 손을 맞잡았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3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이다.
황상기 대표는 "딸 유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지만 유미와 가족이 겪었던 아픔은 잊을 수가 없다"며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수없이 속고 모욕당했던 일이나 직업병의 고통 등을 생각하면 사실 그 어떤 사과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 대상을 기존 삼성전자의 기준보다 대폭 넓혀 더 많은 피해자를 포괄하게 돼 다행"이라며 "삼성전자가 발전기금 500억 원을 마련해 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합의한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뿐만 아니라 삼성전기, 삼성 SDS 등 다른 계열사의 또 다른 피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폭넓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내외에서 노동조합을 탄압해왔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노조할 권리를 존중해나가달라"고 당부했다.
또, 당국에 산업안전보건법 강화와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는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며 "병으로 고통받은 직원들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 에 참석한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왼쪽)가 사과문 발표 후 반올림 황상기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양측은 지난 1일 발표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오는 2028년까지 중재안에서 정한 지원보상안 등을 이행할 예정이다.
보상 업무는 반올림과의 합의에 따라 법무법인 지평에 위탁하고,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을 김지형 조정위원장으로 한다.
김 위원장은 "조정위원회 출범 4년 만에 이 같은 결실을 맺게 됐다"며 "따님과 영원히 이별하는 고통을 겪으신 황상기 아버님과 삼성 두 당사자 모두에게 가장 정중한 마음을 담아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