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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갑질 붕어빵/조선항공과 대한일보의 공통점

기자수첩

    [뒤끝작렬] 갑질 붕어빵/조선항공과 대한일보의 공통점

    두 재벌家에 투영된 대한민국 자화상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들은 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부모를 보고 똑같은 행동을 하기가 제일 쉽다. 원래 갑질이라는 게 보통 대물림 된다."

    우리사회를 놀라게 한 재벌가의 잇단 갑질에 대한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의 분석이다.

    믿고 싶지 않은 진단이지만 실제 그랬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해 광고 대행사 직원에게 보고를 받던 중 물컵을 던지고 괴성을 질렀다.

    그의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지난 2014년 승무원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난동을 부리는 것도 모자라 항공기를 되돌린 뒤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

    국민들은 두 자매의 어머니가 일삼아 온 갑질을 보며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욕설은 보통이고 접시나 화병 등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직원을 무릎 꿇게 하고 허벅지를 걷어차 폭행하는 등 어머니의 갑질 행위를 전하는 보도를 보고서야 갑질의 대물림을 이해하게 됐다.

    일상을 지배한 이명희의 갑질 의식이 어쩌면 그대로 판박이 마냥 그대로 두 딸에 옮아갔는지 국민들은 탄식했다.

    대한항공 갑질이 뇌리에서 떠날 즈음, 우리는 난데없이 열 살 밖에 안 된 재벌가 소녀의 갑질에 충격을 받고 있다.

    그것도 언론사인 조선일보 가문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더욱 놀랐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딸의 부모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부부의 평소 행실을 의심하고 있다.

    사실 떠올려보자면 재벌 2세들의 갑질이 알려지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씨,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 등이 갑질과 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외신들은 '갑질'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에 바빴다. 미국 뉴욕 타임즈는 조현민 씨의 '물컵갑질'에 대해 보도하며 'Gapjil' 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중세시대 영주처럼 부하직원이나 하도급업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재벌(chaebol)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특이상황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재벌'과 '갑질'이라는 단어가 영어로 1대1 치환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상이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의 극심한 황금만능주의가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이 가장 대우받는 사회인데, 그 정점에 있는 재벌 2, 3세들이 그런 특권의식을 가지고 자라며 일반인의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경제적 상하나 직급의 상하를 신분의 상하관계로 착각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전근대시대의 신분이 없어지며 법적·사회적으로 신분이 사라졌지만, 대신 재산의 유무나 직급의 상하가 신분제를 대신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회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심리학적으로도 인간은 보상이 따르는 행동을 한다는 가설로 갑질을 설명했다.

    내가 막말을 하고 욕을 했는데 주변인들이 굽실대고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해주니까 그 행동을 반복한다는 거다.

    그는 "재벌 2, 3세들의 갑질이 여기에 해당한다"며 "아마 그렇게 어린 아이가 보였던 모습은, 우리가 그 전부터 보아왔던 3~40대 재벌2, 3세의 어린시절 모습과 유사하지 않을까 짐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갑질은 연쇄반응을 하기 때문에, 갑질을 당한 사람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또 갑질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며, 꼭 재벌이나 고위직급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갑질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급, 재산 여부가 신분의 고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 존중해주고 협력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더 이롭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존중하는 사회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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