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현직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 검토를 의결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23일 법원 내부전산망(코트넷)에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관이 법관에 대한 탄핵을 의결한 날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긴 칼로 자신을 목을 베어버린 날"이라며 "내용, 절차, 성격 그 어느 것에서도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한 의결에 이른 전국법관대표희의의 탄핵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았고, 재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을 제대로 된 증거 한 번 살펴보지 않고 겨우 두세 시간의 회의 끝에 유죄로 평결했다"며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나쁜 사법파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탄핵소추권한은 국회의 권한이고 법원이 나서서 그 권한을 행사하라고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법관에게 비위가 발견되고 그 정도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할 정도라면 그 때 가서 파면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결이 이뤄지는 과정이 적절치 않다는 점도 꼬집었다.
김 부장판사는 "어떤 대표 법관은 자신이 소속한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는 그것과 반대되게 투표를 했고, 또 어떤 법관은 소속 법관들의 의사에 기속된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왜 동료법관을 단죄하는데 이리도 서둘러야 했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법관회의의 대표성이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 부장판사는 "특정학회 출신이 조직을 장악하고, 그 학회 내에서도 중심조직이 의사결정을 이끌어 간다는 의혹은 이제 언론에서는 공지의 사실"이라며 "사법부가 특정학회 이너그룹의 전유물이 될 우려는 조금이라도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