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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유총, 차라리 학원을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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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한유총, 차라리 학원을 차려라

    • 2018-11-24 09:00
    김한수 경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영국에선 공적재원 투입, 회계처리 및 감사 의무화

    사립학교법 제2조제1호에 따라 사인(私人)이 설립한 사립유치원도 사립학교법 적용대상이므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각종 지원과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2조원에 가까운 누리과정 예산을 사립 유치원에 지원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비 보조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영국은 2011년 4월부터 모든 지역교육청에서 유아기 단일재정지원공식(Early Years Single Funding Formula : EYSFF)을 사용하도록 제도를 정비하였다. 사립 유아교육기관이 지역교육청에서 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지역교육청은 무상교육에 대해 지원한 재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무상교육을 위해 지원된 재정이 적절하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교육청은 회계감사와 회계처리 방식을 결정하고 있다. 사립 유아교육기관에 대해 공적 재원이 투입되므로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시스템을 토대로 재무회계규칙에 따라 회계처리하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영국처럼 전액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나, 사립유치원 수익 중 45%를 정부에서 보조하고 있으므로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누리과정 예산은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므로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기록과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립유치원도 수입과 지출이 명확하게 관리되는 에듀파인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 유치원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에듀파인을 사용하는 공립유치원과 그렇지 않은 사립유치원의 운영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3개년(2013년, 2015년, 2016년) 감사결과에 따르면, 감사대상 공립유치원 116곳 중 31곳(27%)이 감사지적을 받았다. 반면에 감사대상 사립유치원 64곳 중 45곳(70%)가 감사지적을 받았고, 감사지적을 받은 거의 모든 사립유치원이 사립학교법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위반하여 부적절한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에듀파인을 도입한다면 회계투명성을 일정한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다.

    에듀파인 도입은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에 해당한다. 투명한 회계처리가 전제되어야 유치원 운영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국가로부터 좀 더 보조받을 수 있다. 외부감사를 받자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회계시스템을 도입해 달라는 국민의 요청을 거부하는 행위는 스스로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을 포기하는 것이다.

    ◇사립유치원도 감가상각충당적립금을 쌓을 수 있는데, 원가 보상 주장이라니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는 학교법인은 운영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정부에서 부족분을 채워주므로 설립자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학교법인의 경영상 손실을 보전해주는 규정은 사립학교법을 비롯한 어떤 법률에도 없으므로 근거 없는 주장이다.

    한유총에서는 학교법인은 건물감가상각충당적립금을 충분히 쌓아둘 수 있고 부족하면 정부에서 100% 보조해 주니 걱정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매년 건물 노후화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이 감가상각비인데, 원가를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법인만 건물감가상각충당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는 한유총 주장은 근거가 없고, 학교법인의 경우 부족분을 정부가 보조한다는 규정도 없다.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 제2조1호에 따른 사립학교에 해당하므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제22조의2(적립금의 적립 및 사용 등) 제1항에 따라 노후교실의 개축·증축 등을 위한 건축적립금을 쌓을 수 있고, 제2항에 따라 적립금은 그 상당액을 기금으로 예치하여 관리해야 한다. 즉, 학교법인뿐만 아니라 사인(私人)이 설치하는 유아교육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유치원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감가상각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건축적립금으로 쌓을 수 있으므로 원가를 직접 보상해 주는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 건물을 9억 원에 구입하였고, 30년 간 사용한다고 하자. 9억 원을 30년간 비용으로 인식하는데, 매년 동일한 금액으로 인식하는 3천만 원을 감가상각비라고 한다. 세입(수입) 금액 중 3천만 원을 매년 건축적립금으로 쌓으면 30년 후에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설립자에게 직접적으로 원가를 보상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현행 법규에서도 노후화된 건물이나 시설 등을 개보수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 유치원 시설 사용료 주장은 비영리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 망각

    한유총에서는 토지와 건물에 대한 지대를 사용료로 인정해 달라는 주장한다. 즉, 투자원금에 대한 회수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침해하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이나 공공단체 이외의 법인 또는 사인(私人)이 설립·경영하는 학교를 말하고, 비영리기관에 해당한다. 비영리기관이란 학술, 종교, 자선, 기예,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을 말한다. 비영리기관이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사유재산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비영리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이다.

    사립유치원도 사립학교법상 교육기관에 해당하므로 국가에서는 사립유치원이 공익목적을 실현하도록 돕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사립유치원이 받는 세제혜택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첫째, 유치원의 건물과 토지에 대해 취득세와 재산세를 면제하고 있다. 다만 지방세의 최소납부세액제도에 따라 취득세는 200만원, 재산세는 50만원이 넘는 경우에는 85%를 감면하고 있다. 20억 원 건물을 매입해 업무용으로 쓴다면 4.6%(취득세 4% + 농특세 0.2% + 교육세 0.4%)의 세율로 9천2백만원의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유치원으로 운영하면 85%를 감면받아 1380만원의 취득세만 낸다. 공시가격 20억 원인 일반 건물은 매년 340만원 가량의 재산세(20억원×건물 공정시장가액비율 70%×건물 재산세율 0.25%)를 부담하지만, 유치원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거나 15%인 51만 원만 세금으로 납부한다. 이러한 지방세 감면은 1995년에 최초 도입되어 20년 이상 유지되어 많은 세제혜택을 받고 있고, 최소납부제는 2015년부터 적용되고 있어 이전에는 취득세와 재산세 전부를 면제받았다.

    둘째, 비영리 교육서비스업에 해당하므로 유치원 운영으로 이익이 발생해도 사업소득과 관련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물론 원장이 받는 급여는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세금은 납부해야 한다.

    셋째,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사망하여 사립유치원 재산이 상속되면 장기간에 걸쳐 상속세를 나누어 납부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는 일정요건을 충족해도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하나, 사립유치원은 일정요건을 만족하면 상속세 납부를 3년간 유예한 후 12년 동안 나눠 낼 수 있어 세제혜택이 상당히 크다.

    사립유치원은 공익성을 감안해 여러 가지 세제혜택을 받고 있고 누리과정 교육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료를 받겠다고 주장한다면 영리목적을 추구하는 법인이나 개인과 다르지 않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사립학교법에 해당하는 유치원이 아닌 학원법에 따른 학원으로 운영하여 누리과정 교육예산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하고 세제혜택도 누리지 말아야 한다.

    ※ 본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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