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일부 당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집회를 알리는 포스터.
경찰이 그 주인을 이재명 경지지사의 부인(김혜경씨)로 지목한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08__hkkim, 정의를 위하여)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 친문재인 성향의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로 촉발된 '계정주인 찾기' 움직임은 경찰수사를 지나 검찰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 있다. 물론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을 경우 사건은 일단락될테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소위 '문팬'들이 이 계정을 겨냥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뿐아니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세월호 유족에게도 입에 담기 어려운 험담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면 쉽게 용납할수 없는 내용임은 분명해 보인다.
또 이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과도 경기도지사 경선과정에서 경쟁 관계였다는 점도 문팬의 반감을 사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서 나온 의혹이 경찰 수사 단계를 거치면서 오히려 먼지만 더욱 자욱해고 있다.
이정렬 변호사 등 3000여명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혜경궁 김씨=김혜경'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아직까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오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경씨라고 꼭 집어 지목했던 이 변호사도 "여럿이 썼을 것 같은데 그 가운데 김씨가 포함될 수도,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해당 계정 사용자가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톤을 한단계 낮췄다.
현재 나온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이 변호사의 말처럼 이 계정의 사용자가 이 지사 주변이나 지지자일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이 지사의 경기도지사 경선 캠프 관계자일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지사는 "문제가 된 트위터 계정은 저의 모든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글을 올린 당사자와 이 지사와의 혈연적.정치적 거리에 따라 향후 파장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찰 수사대로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씨라면 이 지사의 해명은 모두 거짓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법적 책임에 앞서 더 혹독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
만약 김혜경씨가 아니라면 이 지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우선 고발인인 이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저희가 최초에 주목했던 것은 이 트위터 계정에 연동돼 있는 것이 김씨의 전화번호하고 이메일 주소기 때문에 적어도 김씨의 방조 책임은 빠져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실제로 그 글을 작성했냐는 그건 아닐 수도 있다"도 단서로 달았다.
김씨가 실제 글을 작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씨가 그런 글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방조 의혹에 대해서도 이 지사 부부 측은 반박하고 있다. 혜경궁 김씨 계정을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만들었고, 그 주인은 김씨의 카카오스토리 구독자 중 한 사람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분도 앞으로 밝혀질 문제다.
이 지사의 부인 김씨가 아닌 다른 가족이 글을 올렸다면 이 지사 부부의 해명은 상당부분 거짓이 될 것이다. 김씨일때 보다는 덜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가족이 아닌 캠프 관계자나 지지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 지사 부부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수 있을까.
검찰 수사에서도 이렇다할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정치 사건'이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입김 없이' 알아서 키운 사건으로 규정될 수도 있다.
특정 트위터 글을 누구 것인지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재명 죽이기'라는 반발도 아주 틀렸다고만 할수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어느 선거에서든 캠프 측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상대를 비방하는 SNS글이 난무해왔기 때문이다. 정제되지 않은 SNS의 글들은 각 정당이나 계파 간 다툼에서 흔한 일이다. 이 지사만 더욱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할 근거는 없다.
SNS상에는 이 지사에 대해 인신 공격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글들에 대해 특정 정치인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과열 양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서로 (경기도 지사) 경선이 과열되면서 생기는 일인데 그런 일을 일일이 다 처벌하자고 할 건가.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지만 사법부 판단 받고 경찰 수사 받는 게 맞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댓글 달고 정치적 공방 하면 다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에 대한 검증도 자연스러운 일로 볼수 있지만 아직 다음 대선까지는 3년 이상이 남아있다.
유독 이 지사에게 집중되고 있는 정치적 도덕성 검증이 당장 시급한 일인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