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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뒤집은 정인선 "압박감에 무너지지 않아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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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 뒤집은 정인선 "압박감에 무너지지 않아 뿌듯"

    [노컷 인터뷰] '내 뒤에 테리우스' 고애린 역 정인선 ②

    지난 15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고애린 역을 맡은 배우 정인선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인선을 인터뷰이로 처음 만난 것은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끝난, 지난 5월이었다. 낮은 톤으로 차분하게 답을 이어나가던 그의 목소리가 가장 높아지고 활기를 띠었던 순간은 바로 함께한 동료 이야기를 할 때였다.

    인터뷰 도중 동료들 모두 각자의 매력과 강점이 있다고 하기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부탁한다고 했더니 그 이야기만 한 보따리가 나왔다. 자기가 주인공인 인터뷰 자리였는데도, 동료들이 보여준 연기와 태도에 감탄했던 때가 기억나는 듯 실감 나게 설명했다. 그야말로 정성스러운 답변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인선을 만났다. 이번 MBC '내 뒤에 테리우스' 종영 인터뷰에서도 그는 여전했다. 정인선의 묘사와 설명이 워낙 섬세해서, 배우들이 훨씬 더 또렷한 상으로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이번엔 스스로 기특했던 점에 관한 답도 같이 들었다는 점이 달랐다.

    (노컷 인터뷰 ① '내뒤테' 정인선 "엄마-아내 타이틀에 갇히지 않고 싶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 전작은 아주 웃긴 청춘 시트콤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만큼 코믹한 부분이 강조됐는데, 이번 작품은 진지함과 유쾌함 모두를 갖춘 정극이었다. 연기할 때 차이를 둔 점이 있나.

    제가 '와이키키' 때 감독님께 제대로 배운 게 있다. '와이키키'는 어떻게 보면 되게 리듬 템포가 코믹으로 많이 치우친 청춘 시트콤이었다. 근데 초반에 많이 울고 시작했다. 그걸 연기할 때 '청춘 시트콤인데 내가 정극처럼 울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연기 톤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때 따끔하게 얘기해주신 게 '시트콤이라고 해서 시트콤 연기가 있는 게 아니라 절절하게 슬퍼하고 정말 행복해하고 기뻐해야 보는 사람이 슬프고 웃긴 거다. 네가 그 상황에서 제대로 연기해주지 않으면 보는 사람은 쥐어짜는 코믹 연기라는 걸 다 안다'는 거였다.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아, 내가 (시트콤과 정극을) 구분해가지고 (연기)하려고 했네? 제대로 집중해서 해야겠다' 마음 잡고 했었다. 그때 배웠던 것 덕분에 감정적으로 애매하게 하지 않았다. 정말 유쾌할 땐 유쾌하게 하려고, 정말 무너질 땐 제대로 무너지면서 하려고 했다. 저번에 배우지 않았다면 보는 분들 입장에서 '뭐야?' 하는 애매한 연기를 했을 것 같다.

    극중에서 앞집 이웃, 아이 엄마와 베이비시터로 시작해 동료가 되고,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고애린과 김본 (사진='내 뒤에 테리우스' 캡처)

     

    ▶ 극중 이웃으로 만나게 된 김본(소지섭 분)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했나.

    1가구 1본 시급하다. (웃음) 맨 처음의 감정선은, 너무나 당연히 제 입장에서는 '든든한 이웃집 사람'으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든든하고, 제가 힘들 때마다 자꾸 이 사람이 나타나고, 내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그렇게 가다가, 애린이가 크게 느낀 순간이 있었을 거다. 내가 이 사람을 어느 순간 '습관처럼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으로 느끼는 때가. 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 확실하게 (김본을) 빼앗겨 보니까, 그걸 딱 깨닫게 된 것 같다. 저는 남편 죽음의 진실을 찾아야 했고, 두 사람(고애린과 김본) 다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서 일반적인 러브라인으로 접근하는 건 절대 맞지 않다고 봤다. 반하는 포인트가 이미지로 표현되는 게 이상하다고 봤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스며들고 어느 순간 에너지가 되어주고 습관처럼 서로의 곁에 삶에 자리 잡는 것? 그렇게 봤다.

    ▶ 두 사람이 위장 부부가 되어 뉴욕에 가라는 미션이 내려지는 것으로 끝났다. 결말은 마음에 드는지.

    매우 저희 드라마다운 엔딩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회마다 정말 예측을 다 빗나가게 해서 (웃음) 더 이상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스태프가) 제 손을 보더니 자꾸 반지를 끼워보시더라. 반지 호수를 잰다고. 마지막 회쯤 얘기하셔서 '설마 프로포즈는 아니겠지?' 했다. 대본 받아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너무 센스 있었다. 아, 역시 작가님! 작가님한테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엔딩을 상상하셨지? 뭔가 꼭 미드(미국 드라마) 같았다. 제가 이번 작품 하면서 여기저기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영화도 많이 봤거든요. 꼭 (영화) '스파이' 본 느낌이었다.

    ▶ 이전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동료 배우들 이야기를 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이번 '내 뒤에 테리우스' 배우들은 어땠나.

    제가 이번에 전(全) 배우분들하고 많이 겪어본 것 같다. 많이 만나더라. 우선 KIS 멤버들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우선 여진 언니가 의외셨다. 저는 트위터 팔로도 했는데, 여진 언니는 저한테 우상 같은 분이었다. 생각보다 코미디의 템포에 너무 잘 맞으시고 너무 편안하게 잘하셔서 당연히 원래 (이런 연기도) 잘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저희 수장으로 무게감 있게 했는데 중후반부터는 언니의 진짜 해맑은 미소와 웃음소리가 방송에 다 나오더라. 그래서 제가 여쭤봤다, 이전에도 이런 역할 해 보셨냐고. '아니 나 처음인데 해방감 같은 걸 느낀다. 너무 재밌다'고 얘기해주셨고.

    시아 언니가 정말 중반부터 위험인물이었다. 너무 웃겨서. (웃음) 기영 오빠는 말할 것도 없이 초반부터 선두로 서서 잘 끌어주셨다. 그래서 오빠를 만나기 전에는 항상 (웃음을 참을) 준비하는데 시아 언니는 예측도 못 했던 상황에서 그냥 즉각적으로 나오는 게 있다. 진짜 지섭 오빠도 물어보셨다. 그거 준비해 온 거냐고. 아니었다. 그러니 진짜 이 언니는 천재인 거였다. (웃음) 언니는 천재적인 그런 리듬 템포, 애드립이 너무나 큰 장점이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시아, 김여진, 강기영, 소지섭, 임세미, 손호준 (사진='내 뒤에 테리우스' 캡처)

     

    기영 오빠는 시종일관 재밌고 어떻게 보면 얄밉고 가벼워 보일 수 있었다. 절대 무게를 잡으려고 하지 않는데, 코믹 템포에도 무게감이 있었다. 이게 연륜일까. (감독님이) 컷하기 전까지 애드립 대잔치가 되는데, 아무리 더 끝까지 가도 사람이 가볍기만 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정말 배우고 싶었다. 어떤 캐릭터가 또 저런 말 한다, 이러면 호감과는 멀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기영 오빠에게는 치부가 되지 않더라. 호감 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어떻게 만드신 건지 너무 궁금하다. 중심이 자기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세미 언니는… 저는 언니 연기를 그래도 좀 봐온 입장으로서 언니도 기영 오빠처럼 딱 언니답게 언니에게 역할이 다가올 수 있게 만드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제가 배우고 싶었던 부분 중 하나다. 뭔가 역할에 다가가는 데에 경계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게 느껴지는데, 그 좋은 기운이 역할에서도 나온다. 그래서 언니에게 제가 격려받는 장면에선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벽이 없는 것? 경계심이 없고. 자기 자신을 그냥, 뭐 압박감이나 부담감 전혀 없이 그냥 맘 편히 보여주는 것? 그릇의 크기 자체가 넓은 분이다.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아주시고. 어떤 애드립을 던져도 연기 톤을 가져와도, 행여 제가 오버하는 톤을 가져갔더라도 아무렇지 않게끔 받아주는 느낌이다. 세미 언니의 그런 부분, 덕분에 더 저도 믿고 갔던 부분이 있고.

    호준 오빠 같은 경우는 오빠 자체가 너무 재밌는 사람이다. 웃긴 템포를 가진 사람이라서, 그게 용태로 완성이 된 거다. 저도 처음에는 용태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잡혀갈지가 제일 기대됐다. 제가 봤을 때는, 용태라는 캐릭터를 호준 오빠가 했기 때문에 이렇게 후반부까지 매력적으로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용태라는 캐릭터는 사실 어디로 튈지를 몰랐다. 초반에는 말 그대로 악당으로 시작하지 않나. 악당이 어떻게 보면 처절한 과거가 있고 그 선인으로 변해가는 과정 보여주는데, 그 캐릭터가 생동감 넘치고 귀엽다. 뭔가 얄밉게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걸 밉지 않게 해서, 자꾸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그 능력을 보면서 '아, 역시! 호준 오빠다' 했다. 진짜 연기 너무 잘하신다는 생각을 했다. 개그 템포 같은 건 진짜 철저히 손호준 오빠의 모습이었다.

    지섭 오빠는 우선 되게 넓게 보시는 분이다. '내 뒤에 테리우스'라는 전체 숲을 보시고, 거기서 나무로서의 김본을 보셨다. 자기 객관화가 되게 분명한 분이셨다. 크게 배울 점이었다. 계속 현장이 바빠지고 힘들고 하면 어떤 장면에, 어떤 감정선에 치우치게 되는데 오빠는 그런 걸 굉장히 경계하는 타입이라고 느꼈다. 사실 오빠에 대해서 정확히 잘 모르겠다. 오빠는 말로 다 해 주는 분도 아니고 쓸데없는 말하는 분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필요한 순간에는 필요한 걸 해 주시고 아닐 때는 중심을 딱 지켜주신다. 오빠의 그런 부분들을 되게 많이 보고 배웠다. 현장에서의 애티튜드도 너무 멋있었고 작품 대하는 태도도 너무 멋있었고 상대 배우에게 대하는 애티튜드도 멋있었다.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작업하고 있구나, 이건 정말 내 복인가 보다' 싶었다.

    배우 정인선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자기 자신에 관한 칭찬도 듣고 싶다.

    저는 일단 이 부담감과 압박감을 이겨냈단 것? (웃음) 우려를 뒤집기도 한 것 같다. (웃음) 어떻게 보면 시청자분들이 저에 대한 기대가 원체 없으셨으니까… 아직 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인지가 안 돼 있으시지 않나. 제가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분들이 사실 더 많았고. 이번에는 모든 약간 운이 저를 따라주지 않았나. (웃음) 사실 노력은, 당연히 누구나 해야 되는 자리로 생각했기 때문에, 노력에 대한 기대감은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라도 이 자리에 뽑혔다면, 죽어라 열심히 했을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위치였고 그런 배려를 받았다.

    제가 저한테 기특한 건 그거다. 이 압박감, 부담감에 무너지지 않고 5개월을 온 것. 작품으로서 제게는 5개월이 되게 긴 시간이었다. 스스로 성격이 모나지지 않은 저 자신을 보면서 너무 뿌듯했다. '아, 고애린은 정인선 아니면 상상이 안 가'라고 말해주시는 것도 너무 행복했고, 저를 믿어주셨던 분들이 종방연 때 '고마워'라고 얘기해주시는 것도 진짜 너무 감사했다. 지섭 오빠가 '너라서 잘된 거야. 고마워'라고 해 주신 것도 너무 감사했다. 오빠한테 한 번 여쭤본 적이 있다. 처음의 예측과 드라마 끝나고 생각하면 우리 드라마 어떻게 된 편이냐고. '엄청 잘된 거지! 성공적인 거지!' 하셨다. (웃음)

    ▶ 올해 출연한 드라마 두 편 모두 끝나고 '시즌 2'를 원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 '와이키키' 시즌 2는 이미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셨더라. (웃음) 서운하진 않고, 물론 불러주시면 언제나 저는 감사하다. 이번 연도에 좋은 루트로 온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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